연이어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연말 증권가에 노조의 절규만이 울려 퍼지고 있다. 어려운 업황에 증권가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4곳의 증권사에서 노조가 신규 설립됐다. 이달 초 LIG투자증권이 설립 7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지난 7월에는 리딩투자증권에서 노조가 설립됐고 4월에는 HMC투자증권에서 노조가 등장했다. 올 초에는 대신증권에서 창립 53년 만에 노조가 설립돼 충격을 안겼다.

이처럼 여의도에 속속 등장하는 노조는 증권사 직원의 생존을 위한 절박함의 표현이다. 대부분 지점 통폐합 등 인력감축을 앞두고 만들어졌다. LIG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로의 매각을 앞두고 희망퇴직과 지방 지점 폐쇄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리딩투자증권은 매각 협상 과정에서 매각 조건에 일부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돌리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HMC투자증권은 지난 4월 지점 통폐합을 계기로 설립됐고 대신증권 역시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이 지속되자 노조가 생겼다.

LIG투자증권 노조가 11일 본사 앞에서 지점폐쇄와 희망퇴직을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10일에는 대신증권 노조가 사측에 성실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이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8일에는 우리투자증권 노조가 기관경고를 받은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농협증권이 연이어 두 차례 기관경고를 받으면서 우리투자증권이 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 신규사업진출 등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철환 우리투자증권 노조 사무국장은 “단순히 기관경고가 문제가 아니라 농협증권은 부실이 많은 회사인데 명확한 해결책 없이 합병에 나선다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며 “다만 구조조정 얘기는 양사 모두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16일에도 본사 앞에서 농협증권과의 합병 반대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밖에 IBK투자증권은 희망퇴직을 놓고 노사가 갈등을 벌이고 있고 KDB대우증권은 신임 사장 선임을 두고 KDB산은지주와 정부의 간섭에 반발하며 노조가 장외투쟁을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