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매각 실패 끝에 두바이투자청 새 주인으로 맞아
기업회생절차 졸업…해외 수주 및 국내 주택사업 본격화
건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경제의 기둥이다. 건설업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궤를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마다의 성공 DNA장착한 국내 건설사들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본보에서는 건설 성공 DNA를 일깨운 주요 현장 및 사사(社史), 오너 일가 등의 스토리를 재조명해 시리즈로 소개한다.<편집자주>

[건설사 성공DNA-⑳쌍용건설(2)]칠전팔기 정신으로 되찾은 ‘건설명가’

[미디어펜=이동은 기자]쌍용건설은 7번의 매각 실패 끝에 두바이투자청을 새 주인으로 맞아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하는 등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쌍용건설의 강점인 해외건축의 역량을 살려 해외 수주에 속도를 내고 국내에서는 주택브랜드를 통합해 국내 주택사업을 본격화하며 ‘건설명가’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쌍용건설 CI./사진=쌍용건설 제공

◆‘예가’ 론칭하며 브랜드 인지도 향상 꾀했지만…또다시 ‘시련’

쌍용건설은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2006년부터 기존의 스윗닷홈 브랜드와 같이 사용되던 ‘예가’(藝家) 브랜드를 메인 브랜드로 정하며 국내 주택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꾀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발 국내 건설 시장의 악화는 쌍용건설에 또 다른 시련을 안겼다. 주택매수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주택 거래량이 현저히 줄었고 주택 가격 하락세도 지속됐다. 이로 인해 국내 100대 건설사 가운데 약 30%가 회상절차나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 

쌍용건설 역시 국내 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되자 PF주택사업의 분양 부진에 따른 자금 유동성 문제로 고심이 커졌다. 할인 판매를 통한 미분양 해소에 나서는가 하면 해외사업에서 거둔 수익으로 국내 손실을 보전하며 버텼다. 

2012년 말 쌍용건설은 완전 자본잠식(-1454억원) 상태에 빠졌다. 결국 2013년 2월 8일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고, 2013년 2월 26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3월 4일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했다. 

◆‘회생절차’ 벼랑끝에서 두바이투자청의 매각 성사까지

2013년 12월 30일 쌍용건설은 서울중앙지방법원(현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10일 뒤인 2014년 1월 9일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당시 쌍용건설의 가장 확실한 회생방안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 온 회사 매각을 성사시키는 일이었다. 그러나 매각작업은 7번이나 실패하는 등 쉽지 않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재기불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7전 8기 끝에 2015년 1월 29일 두바이투자청(ICD)이 쌍용건설을 사들였다. ICD는 아랍에미리트(UAE)의 2대 국부펀드로 총자산이 254조원(2016년말 기준)에 달한다. UAE 1위 은행인 에미리트 NBD, 국영기업인 에미리트항공, 에미리트 석유공사 등 30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는 세계최고층 호텔인 부르즈 칼리파를 소유한 에마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ICD의 품에 안긴 쌍용건설은 이후 그동안 주춤했던 해외 수주에 속도를 올렸다. 또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한 후 최초로 수주한 ‘구미 쌍용 예가 더 파크’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 더 플래티넘./사진=쌍용건설 제공

쌍용건설은 지난 2018년 주택브랜드를 ‘더 플래티넘’(The PLATINUM)으로 통합하고 주택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브랜드 통합을 계기로 최근 몇 년간 쪼그라들었던 주택사업을 본격화 해 건설명가 재건에 나서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이어 두바이서 또 한번의 랜드마크

싱가포르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마리나베이 샌즈’는 쌍용건설의 건축물이다. 마리나베이 샌즈는 거대한 배를 세 개의 대형 기둥이 떠받치는 모양으로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고도 불린다. 피사의 사탑보다 경사가 더 기울어지게 셜계된 건물의 외형 때문에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이 포기했지만, 쌍용건설이 성공적으로 완성하며 기술력을 세계에 알렸다.

여기에 쌍용건설은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두바이서 짓고 있는 특급호텔 ‘로얄 아틀란티스 리조트&레지던스’가 그 주인공이다. 로얄 아틀란티스 리조트는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인 ‘팜주메이라’에 지상 최고 46층 규모로 초특급 호텔 3개동과 37층 최고급 아파트 3개동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 로얄 아틀란티스 리조트&레지던스./사진=쌍용건설 제공


이 건축물은 하늘에서 보면 ‘S’자로 휘어진 구조에 정면은 레고 블록을 복잡하게 쌓아 올린듯한 특이하고 비정형적인 외형을 갖추고 있다. 떨어진 블록 공간을 연결하는 14개의 스카이코트(건물 중간의 뚫린 공간)에는 호텔 이용객과 아파트 주민을 위한 프라이비트 수영장 80여개를 포함해 총 109개의 수영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시공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루프톱 수영장이 들어서는 35층 높이의 스카이브리지였다. 1500톤에 달하는 메인 브리지를 지상에서 80m 가량 들어올려 두 건물을 연결하는 작업으로, 마리나베이 샌즈에서 이미 경험한 ‘스탠드 잭업’ 공법을 사용했다. 이는 구조물을 조립한 후 잭으로 시공 위치까지 들어올리는 공법이다. 스카이브리지에는 90m 길이의 인피니티풀과 3개의 풀바, 코트정원이 들어선다.

로얄 아틀란티스 리조트는 내년 10월 준공 예정으로, 같은달 예정돼 있는 두바이 엑스포에서 메인 호텔로 이용돼 두바이는 물론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오너에서 전문경영인으로…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사진=쌍용건설 제공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30세의 젊은 나이에 쌍용건설 사장으로 취임했다. 1995년에는 당시 재계순위 5위의 대그룹이던 쌍용그룹 회장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쌍용그룹이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해체되면서 김 회장도 좌절을 경험한다.

1999년 쌍용건설의 첫 번째 워크아웃 당시 김 회장은 경영 악화에 책임을 지고 보유 중이던 지분 대부분을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쌍용건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김 회장이 필요하다는 채권단의 요청으로 쌍용건설 경영을 이어 갔다.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인 2006년 한 차례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복귀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록 오너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물러났지만 그는 쌍용건설이 위기에 닥칠 때마다 구원 투수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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