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약 두 달만에 재개됐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등 세 주체는 18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10차 협상에 들어갔다.

   
▲ 18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김지형 삼성 직업병 조정위원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 등 3자가 모두 참여해 삼성전자의 백혈병과 직업병 보상문제와 관련된 조정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앞서 지난 10월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9차 협상에서 가족위는 대법관을 지냈던 김지형 변호사를 중심으로 하는 조정위원회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들였으나 반올림 측이 조정위 설립을 거부하며 협상은 중단됐다. 하지만 지난 15일 반올림이 피해자 보상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세 주체가 다시 한 자리에 모인게 됐다.

반올림 측은 "조정위가 조정 절차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보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교섭중단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조정 절차에 참여해 내용있는 사과와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 배제없는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반올림이 협상의 의지를 보인 만큼 수 개월간 공전을 거듭해 왔던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피해 보상 문제가 속도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회의는 본격적인 보상 보다는 향후 회의 일정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족위는 이날 협상장에 들어가기 전 삼성전자와 반올림측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하며 내년 설날(2월19일) 전까지는 보상 문제가 마무리 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족위 관계자는 "반올림이 늦게나마 조정에 참여한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하지만 이번 조정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피해자와 유가족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위가 삼성과 반올림에게 기대하는 것은 삼성은 앞으로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로 피해자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것과 반올림은 앞으로 진행될 조정위 안에서 반올림이 지금까지 피해자들을 도와서 활동했던 것처럼 피해자들의 협력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해결에 좋은 결과를 함께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반올림이 기존 교섭에서 요구했던 것에서 멈춘건지 입장 변화가 있는 건지 궁금하다"며 "기존 안을 계속 고집하면 대화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올림 측은 "오늘은 삼성전자와 본교섭을 시작한지 꼭 1년째 된 날"이라며 "작년 12월18일 기흥공장에서 본교섭을 하다 잘 안됐고 지금까지 파행을 거듭해 왔다"며 "삼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아주 낮은 단계에서 합의하려다보니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정위 설립은 유감이나 재발방지와 사과 등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해서 조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반올림과 삼성전자, 가족위 등 각 주체는 조정위의 초청으로 회의에 참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측은 최대한 빨리 조정위를 통해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 관계자는 "최대한 신속히 합의해서 가족들의 아픔을 풀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원만한 조정속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하며 삼성전자도 피해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정위원으로는 정강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미디어펜=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