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PU RTX30 시리즈 물량 2차 수주·생산 진행
TSMC, 생산 능력 초과·미국발 SMIC 제재…반사이익 전망
   
▲ 기존 시스템 반도체의 평면 설계(왼쪽)과 삼성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시스템 반도체 시장 재편을 천명하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다. 관련 시장 1위 TSMC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가 최근 대형 고객사들을 확보해 내년 중에는 주목할만할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GPU 설계회사 엔비디아의 위탁생산 물량을 추가로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GPU RTX30 시리즈를 생산했는데 2차 주문을 받은 것이다.

당초 관련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GPU 생산을 TSMC에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완전히 틀린 셈이다. 삼성전자가 경기 화성 캠퍼스 파운드리 공장 8나노 공정에서 추가 생산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문에서 엔비디아 물량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엔비디아의 매출 기여도는 한 자릿수 퍼센테이지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내년 중에는 10%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 외에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들어 퀄컴·IBM 등 글로벌 ICT 기업들과 연달아 대형 계약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본격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고객사 확보전에 있어 세계 최대 파운드리사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ICT 기업들이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미국 4대 ICT 기업 집단으로 통하는 'MAGA(마이크로소프트(MS)·애플구글·아마존) 등은 자체적으로 칩셋 개발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MS는 서피스 PC와 서버 등에 필요한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MS는 인텔과 연합 세력을 구축해왔다. 때문에 인텔 반도체를 써왔으나 현 시점에서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생산만 파운드리사에 위탁하는 것이다.

애플·AMD·브로드컴·자일링스·미디어텍 등으로부터 수주한 TSMC의 생산능력은 이미 한계에 달해 더 이상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게 됐다. 업계에서는 위탁 생산분 상당량이 삼성전자 몫이 될 것으로 본다. 해당 업계에서 TSMC 외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술을 갖춘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기업 SMIC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도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불어온다. SMIC가 계획대로 생산을 못하게 될 경우 고객사들은 삼성전자 등 타 파운드리사로 물량을 넘길 수 있다. 사실상 생산회사가 줄어드는만큼 파운드리 단가 인상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TSMC 입지가 탄탄해 쉽게 격차가 좁혀질 것 같지는 않다는 평이다. 올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내 TSMC 점유율은 55.6%다. 이는 16.4%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대비 3.39배 높은 수치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39.2%p로 2분기 32.7%p, 3분기 36.5%p에서 더욱 차이가 명확해지고 있는 셈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캡티브 고객사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후공정 시설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3D-낸드 고단화과 전공정 파운드리 시설 투자 이후에 삼성전자 서플라이 체인에서 후공정 시설투자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5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고 4나노급·3나노급 등 더 미세한 공정 개발에도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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