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이건호, 하영구-이광구, 최경환-아베-시진핑, 신제윤
2014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한해를 정리해본다면 다사다난했다. 크고 작은 금융사고들이 금융권을 장식했다. 올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해당 카드사 수장들이 짐을 쌌으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논란의 중심이 됐던 임영록 전 KB금융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은 지배구조의 민낯을 보여줬다. 올해 역시 금융권은 '관치 논란'이 여전했다. 차기 은행연합회장의 내정설 그리고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서금회'도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다. 무엇보다도 노믹스 전성시대였다. 한, 중, 일의 강력한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환율전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초이노믹스, 아베노믹스, 시지노믹스의 단어를 탄생시켰다. 희비가 엇갈린 금융권의 핫 이슈를 인물로 통해 결산해본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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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민낯
올 한해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인물은 임영록 전 KB금융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다. 이들은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금융지주와 자회사 수장, 이사회 등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세간에 노출시켰다. 이로 인해 KB에 대한 평판 리스크가 커졌고 고객들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의 중징계 태풍의 눈에 갇혀 두 수장이 사퇴하면서 KB금융 사태가 정리되는 듯 보였지만 금융당국은 CEO 외 책임론이 불거진 사외이사 퇴진과 지배구조 개선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도록 압박했다.
KB 사태는 근본적으로 금융지주 체제에 내재된 대리인 문제와 다양한 권한 행사자들 간 잠재된 충돌이 적절한 수단들에 의해 효과적으로 완화되지 못하고 극대화 돼 표출된 결과다. 특히 금융감독원 제재심의 번복된 심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전 행장이 KB금융의 IT 임원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제재의 새로운 국면에 맞닥드렸다. 지주 회장의 국민은행 IT 관련 임원 인사 개입 논란과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부당성 논란이 들끓었다. 이를 통해 KB금융지주의 이사회 등 지배구조 장치들은 불안정성 요인을 완화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
지주회사와 자회사 CEO, 이사회, 감독당국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지배구조적 불안정성이 극대화되면서 이를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채 기업가치를 지키지 못한 결과를 보였다. KB금융 사태가 워낙 컸던 만큼 금융권에서는 KB에 감사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KB 사태에 집중한 나머지 불똥이 자신들에 튀지 않았다는 고마움 때문이다.
'관치논란'은 올해도 주인공
금융권의 케묵은 논란인 '관치'는 올해도 여전했다. 은행연합회장의 밀실선출이 판도라 상자였다. 차기은행연합회장 선출 과정에서 특정인사 내정설이 금융권에 퍼져갔다. 하영구 현 은행연합회장(전 씨티은행장)이 주인공이었다. 이미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회원사인 은행장들은 자신들도 금시초문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하 전 씨티은행장을 최종후보로 추천하면서 박병원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내정설에서 새어나온 잡음은 금융당국이 은행연합회장 낙하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야당 의원들은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는 적폐로서 절대 용인돼서는 안되며 낙하산 인사 물의를 일으킨 '금융권 고위 관계자'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비판했다. 또한 은행연합회와 회원사들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은행연합회장이 선출될 수 있도록 투명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관치금융은 서금회를 타고
관치금융과 더불어 서금회의 등장이 뜨거웠다. 사전 내정설과 정치권 개입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광구 은행장 내정자(부행장)다. 안팎에서는 오히려 新관치의 등장임을 인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모임인 '서금회'가 중심에 서 있다. 이 내정자는 서금회 멤버로서 정부에서 점찍은 인사였으며 이같은 후광으로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내정됐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연임의 뜻을 비쳤던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느닷없는 후보 사퇴는 관치금융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여론은 MB 낙하산이 가고 '서금회'가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관치금융 악몽이 되살아 난다고 맹비난했다.
서금회 멤버와 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를 보면 KDB대우증권 신임사장에 내정된 홍성국 리서치센터장 겸 부사장(정치외교 82),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경영 76), 정연대 코스콤 사장,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홍기택 KDB산은 회장 등이다.
하지만 대통령 출신 학교라는 이유로 능력 검증없이 뭇매를 때리는 마녀사냥식 난도질은 지나친 처사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서금회=관치' 논란은 잠잠해졌다.
노믹스 전성시대…초이, 아베, 시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각국들은 경제활력 제고와 구조개혁을 위해 강력한 경제정책 드라이브를 추진하면서 경제 수장들의 이름을 딴 '노믹스'가 전성시대를 맞았다.
지난 7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제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활성화 3개년 계획'을 세우고 확장적인 거시정책, 가계소득 증대 방안,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추진했다.
재정보강과 금융지원 확대를 포함한 41조원 규모의 정책캐피지를 제시한 데 이어 10월에는 5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가계-기업 소득 선순환을 통한 소비·투자 여건 개선을 위해 배당소득 증대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지역·금융업권별 LTV·DTI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부동산 시장 관련 규제를 개편해 시장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2015년 예산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본회의의 진통끝에 375조4000억원으로 통과됐다. 기존 정부안 대비 6000억원이 줄었지만 작년보다 19조6000억원이 늘어났다.
정부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가계와 기업 등 민간의 지출여력이 없는 상황 속에서 정부마저 지갑을 닫아버린다면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악순환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절박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적자재정은 미래에 정부가 받을 세금을 당겨서 소비나 투자에 지출해 단기적으로 고용과 생산 면에서 효과를 거두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자칫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아베노믹스는 주변국의 환율전쟁을 부추겼다. 자국의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하지만 수출경합품목이 많은 우리 수출산업은 된서리를 맞았다. 엔화 절상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에서 우리가 밀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본은 본원통화 증가목표를 종전 연간 60~70조엔에서 연간 80조엔으로 확대하고 일본공적연금(GPIF)이 해외주식 보유비중을 12%에서 25%로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엔화절하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은 올해 중 소비세율 인상, 신성장 전략 발표, 금융완화 확대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했지만 이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자국에서 터져나왔다. 이로 인해 내년 10월로 예정돼 있던 소비세율 추가인상 시기를 2017년 4월로 연기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를 압축한 시지노믹스는 구조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기반 확출을 경제정책의 기본으로 햇지만 과도한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부양책도 시행했다.
시진핑 정부는 부패 척결을 위해 삼공경비(출장비, 차량비, 접대비) 축소 등 관련 조치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지역 균형발전과 내수 확대를 위해 '국가 신형도시화 계획(2014~2020)'을 발표했다. 개혁 추진에 따른 경기둔화에 대응해 '미니부양책'인 중소기업 감세, 중서부 철도건설, 빈민촌 재개발 등을 강화했다.
더불어 최근 경기둔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키 위해 예금과 대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예금금리는 3.0%에서 2.75%, 대출금리는 6.0%에서 5.6%로 인하했다.
바빴다, 그러나 아팠다
올 한해 금융권을 빛낸 인물 중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빼놓을 수 없다. 금융산업을 위해 현장 곳곳을 돌면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부지런함을 보였다.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모험자본 현장방문, 기술금융 우수지점 격려 방문, IT·금융 융합촉진 형장 간담회 등 셀수 없을 정도로 동분서주했다.
물론 금융권에서는 일방통행식의 금융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현재의 금융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압박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하지만 금융권의 보수적인 관행을 타파하고자 하는 추진력은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신 위원장에게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바로 자신의 직을 걸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성공시키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우리은행의 매각은 잠정적으로 멈춰섰다.
공적자금위원회는 과거와 달리 우리금융을 분리해 매각하는 민영화 재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4년 4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증권+자산운용+생명+저축은행) 안이 농협에 매각됐다. 지난 6월에는 우리은행의 경영권 지분(30%)과 소수지분(26.97%)을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으로 분할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입찰 결과, 예상했던 교보생명은 포기하고 중국 안방보험의 단독입찰에 따른 유효경쟁 미달로 경영권지분 매각은 무산됐다. 소수지분 매각은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기자 송년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때 직을 걸었다. 할때까지 안 나간다고. 열 받아서라도 내년에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공자위는 잔여 지분 30%를 우량 투자자에게 분산 매각함에 따라 다수의 과점주주를 형성하는 매각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