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진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주주제안이 연이어 나와 조원태 회장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0일 조사관들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 파견해 내부 문서·회계 장부·컴퓨터 하드 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정기 세무조사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때문에 세무당국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위시한 총수 일가의 상속세 관련 조사를 벌이는 것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재작년 4월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아들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부사장 등 총수 일가는 그해 10월 상속세 2700억원을 세무당국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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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작년 IATA 총회에 참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
이들은 연부연납 제도로 5년간 총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약 400억원을 대출받아 일부를 상속세 납부에 쓴 것으로 전해진다.
세무당국은 상속세 문제 외에도 또 다른 내용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경제전담검찰은 대한항공이 1996년부터 2000년 사이 에어버스와 A330 여객기 10대 구매계약을 체결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에 걸쳐 18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에어버스는 대(對)대한항공 리베이트 제공 사실을 관계 당국에 자진 신고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법원은 리베이트 의혹이 있었다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수면 위로 떠올랐던 에어버스 리베이트 사건이다. 이를 통해 국세청은 프랑스 법원 판시에 따라 에어버스발 대한항공 리베이트 금액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비상장 계열사 정석기업과 원종승 대표도 조사대상에 올랐다. 에어버스 리베이트 금액이 고 조양호 회장의 차명계좌로 들어갔다고 세무당국이 판단해서다. 서울지방국세청은 대한항공 재무·한진그룹 경영조정실장을 역임한 원 대표가 중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무당국은 차명계좌를 찾는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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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조원태 회장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도 있다. 대한항공이 연루된 리베이트 건에 대해 한국산업은행이 윤리경영위원회를 동원해 압박할 여지가 있어서다. 실제 산업은행은 조 회장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를 지원하며 퇴진까지 가능케 한 윤리·책임 경영 등 7대 의무 사항을 부과했다.
이와 같이 세무당국이 조원태 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 칼을 뽑은 가운데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종합물류기업 ㈜한진의 2대 주주 사모펀드 HYK1호펀드는 지난 8일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 관련 내용 증명을 이사회에 송부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언급됐기 때문에 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뒤를 이어 ㈜한진 역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HYK1호펀드는 HYK파트너스가 세운 사모펀드다. 이 사모펀드의 실질적 주인은 섬유업체 경방이다. 경방은 지난해 9월 ㈜한진 주식 96만4000주를 매입해 HYK1호펀드에 전량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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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장에 나온 강성부 KCGI 대표./사진=미디어펜 |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도 오는 3월 26일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한진칼 정기 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을 발송한다.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서는 주총이 열리는 날 6주일 전까지 의견을 내야 해 3자연합 주주제안 기한은 2월 12일이다.
3자연합은 신규 이사 선임·정관 일부 변경 등을 요지로 하는 주주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은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지분율이 희석돼 3자연합 지분율은 40.39%에 불과하게 됐다. 조원태 회장 측 지분율은 48%에 달해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와 같은 이유로 3자연합의 입지는 축소돼있는 만큼 조 회장에 대한 대항세력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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