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호황에 힘입어 실적 개선…신용등급 유지·상향 기조 지속 전망
[미디어펜=이동은 기자]건설사들이 코로나19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도 안정적인 신용등급과 영업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해외 부문에서 공기 지연 등으로 손실이 발생했지만, 국내 주택사업 호조에 힘입어 이익이 확대됐다. 정부의 규제 정책에도 분양시장 열기가 이어지면서 올해도 건설사의 신용등급 유지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 주요 건설회사 2020년 하반기 정기평가 결과./사진=나이스신용평가 제공


25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단기신용등급 정기평가 결과 포스코건설의 장·단기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으며, 나머지 19개 기업의 신용등급은 유지됐다. 코로나19 타격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정유·유통·항공 등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은 사업 진행을 위한 자금조달 측면에서 중요하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낮은 비용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해외에서 코로나19·저유가 사태로 손실이 일부 있었지만, 국내 건축·주택 부문의 이익이 해외 손실 규모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주택경기 호황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정부의 규제에도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초기 분양률이 99%를 상회할 정도로 높은 분양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 해외 주요 손실현장들이 전반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대규모 추가 원가 발생 가능성도 낮아진 상태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미분양위험이 전국적으로 낮고 공급물량도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중단기적으로 감소해 단기간 내 청약시장이 냉각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부동산시장 현황과 건설사들의 분양위험 관리 능력을 고려하면 사업안정성은 중단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올해도 건설사의 양호한 실적과 신용등급 유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기존의 주택현장에서 이익창출이 지속되고 분양시장 위축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올해도 신용등급 유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외부문 추가원가 발생 규모, 각 주택현장의 분양실적과 원활한 공사대금 회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사업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해외사업을 영위하는 8개사의 건축사업 비중은 2012년 24%에서 지난해 3분기 49%로 2배 이상 뛰었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건설사 포트폴리오에서 국내·건축 사업 비중이 높아지고 건축수주 비중도 40%에 달해 앞으로 국내 주택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최근 분양시장 호조를 생각하면 기우에 그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규제 강도가 높은 주택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업가변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규사업이 중장기적으로 주택사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건설사들은 환경·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건설은 국내 최대 환경플랫폼 기업 EMC홀딩스, 아이에스동서는 코오롱그룹의 환경사업 계열사 코오롱환경에너지를 인수했다. 현대건설·GS건설 등도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사업으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는 “건설사들이 2000년대 초반에는 동종업체 인수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주택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 여파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신사업 발굴에 뛰어들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신규사업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나, 중기적으로 수익변동성을 완화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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