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연속 배럴당 1달러대…윤활유부문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글로벌 석유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정유사들이 마주한 업황이 여전히 밝지 않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70% 밑으로 떨어졌던 미국 정유설비 가동률이 최근 80%를 돌파했으며, 국제유가도 배럴당 54달러를 상회하는 등 수요 회복에 대한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재고도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5723만배럴)으로, 전주 대비 180만배럴 가량 줄었다"면서 "국제유가가 11개월래 최고치에 도달하는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일일 8300만배럴까지 하락했던 글로벌 원유 수요가 같은해 4분기 9610만배럴로 올라섰으며, 국제에너지기구도 올해 평균 수요를 9710만배럴로 전망했다. 2019년에 비하면 300만배럴 가량 적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대비 580만배럴 늘어나는 등 코로나19의 여파로부터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월 셋째주 정제마진이 배럴당 1.3달러로 집계되는 등 지난달 셋째주부터 6주 연속 1달러 선에 머물고 있는 것이 업계의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이는 제품 마진이 엇갈리고 있는 영향으로, 지난주의 경우 경유·등유·항공유 마진의 상승을 납사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승재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당시에도 의미 있는 정제마진 반등은 석유 수요가 이전 수준으로 반등했을 때 나타난 바 있다"며 "전망치를 뛰어넘는 수요의 급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한 올해 시황 개선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석유수출국기구 및 주요 10개 산유국의 연대체(OPEC+)의 감산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되고 있다. 사우디가 자체적으로 2~3월 100만배럴 규모의 추가 감산을 발표하는 등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으나, 러시아를 비롯한 반대파의 요구로 올해 초 OPEC+ 화상 회의에서 2~3월 감산량 축소를 결정하기도 했다.

사우디·중국 내 정제설비가 신규 가동되고, 기존 설비들의 가동률이 정상화되는 등 공급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수급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같은 상황 가운데 윤활유부문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업체들의 실적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윤활유는 지난해 1~11월 기준 1628만배럴을 수출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11.6% 늘어나기도 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 4분기 9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재고관련이익 감소에도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유부문 적자가 축소되고 화학부문이 흑자전환을 달성했지만, 10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윤활유부문의 공헌도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영업손실 규모는 1200억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고관련이익이 급감하면서 석유사업이 적자전환하고, 화학·기타부문 적자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윤활유부문은 740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활유는 고급·친환경 제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유세 인상 등 부담을 늘리는 조치들이 시행되면 정유부문 경쟁력 향상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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