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책 기간 내 의미있는 규모 M&A 실현할 가능성 커“
반도체 기술 기업 우선 순위 가능성…파운드리 추가 투자도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압축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기업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28일 4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 시설투자 확대와 M&A를 추진하는 한편 ESG와 준법 등 분야에서도 성과를 이뤄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최 사장은 “현재 대내외 불확실 상황으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이번 정책기간 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경기도 평택사업장에서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대규모 M&A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후 굵직한 M&A가 없는 상황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총수 부재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M&A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최근 회사 성장 전략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M&A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없는 상황이지만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삼성전자의 M&A 추진 발표는) 이 부분의 연장선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변호인을 통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한다”며 “국민들께 드린 약속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M&A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해외 반도체 기업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기업과의 결합을 가속화 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엔비디아, AMD, SK하이닉스 등은 각각 ARM, 자일링스, 인텔 낸드사업부 등 유망 기업들을 인수했다. 퀄컴도 최근 14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스타트업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업체인 누비아를 품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나 파운드리 분야의 유망 회사를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2030년까지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의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의 TSMC가 올해 최대 3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해 삼성전자도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투자 계획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조만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향후 3나노 칩까지 제조 가능한 공장을 오스틴에 설립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삼성전자가 애리조나, 텍사스 또는 뉴욕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170억 달러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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