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판단 후 항소심 중인 사안" vs "1심 판결문에 '헌법 위반' 언급"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헌정 사상 최초로 대법관이 아닌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안 발의가 현실이 되면서, 이를 최종 결정할 헌법재판소(헌재)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법관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을 1일 발의하고 오는 4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자율투표에 맡기기로 했으나 탄핵소추안 공동발의 의원만 151명으로 가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에 달하면서 탄핵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은 고심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개입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국회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민주당의 탄핵안 발의 강행과 별개로 헌재가 법관 탄핵을 받아들이기 까지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1심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개입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헌법 위반'을 적시한 것은 사실이나, 해당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이후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헌재가 항소심 재판 중간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 개입할 여지가 매우 좁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더욱이 임 부장판사는 연임 신청을 하지 않아 오는 28일 퇴임한다. 탄핵소추안이 일사천리로 가결되더라도 헌재가 3주 만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헌재가 임 부장판사의 탄핵 여부를 퇴임 후 판단하게 되면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 결정을 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민주당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나왔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법조계는 이번 사안을 대체로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법관이 명백하고 중대한 불법을 저질러 재판의 공정성을 해친다고 판단될 때에만 탄핵이 인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탄핵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불법으로 판명되어야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판사는 1일 본지 취재에 "임 판사의 중대한 불법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없을 뿐더러, 해당 의혹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재판에 관여했다고 적시한 것에 불과한데, 이는 탄핵 근거로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당은 매우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중대한 불법에 대한 형사처벌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임 판사가 퇴직한 상태라면 공직에서 파면시킨다는 탄핵의 실효성이 없다. 여당이 이를 모를리 없다. 다 알고서 탄핵안을 가결시키겠다는 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판사 길들이기"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례에서 헌재는 노 대통령 행위에 대해 위법하지만 탄핵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1심 판결문의 이유에서 방론으로 언급된 내용을 근거로 중대한 불법임을 확증해 탄핵 파면을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제 106조 1항에 따르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

여권발 법관 탄핵의 대상이 된 임 부장판사는 법관 임기 10년을 다 채우고 재임용을 신청하지 않아 3주 뒤면 물러날 법관이다.

민주당이 탄핵안 가결을 강행한 후 헌재가 어떤 최종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비록 헌재가 각하하더라도 법관 탄핵의 기록을 남기겠다는 여당의 고집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