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마이너스통장 한도 조정 나서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은행권 신용대출을 옥죄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올해 신용대출 문턱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빚을 내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주식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은행권에 대출 총량 관리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정부 기조에 발맞춰 신용대출 축소에 나섰던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올해도 신용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대출 가수요에 급증하고 있는 마이너스통장 한도마저 조정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135조409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조7617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약정한 월 2조원 안팎의 목표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마이너스 통장 신규 개설이 늘어나면서 19영업일 동안 총 4만3143개의 마통이 새로 개설됐다. 마통 대출(한도거래대출 또는 통장자동대출) 잔액(사용액)은 작년 연말보다 1조2148억원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마이너스 통장 개설 건수가 늘어났다"면서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급증한 데에는 더 늦기전에 대출을 받아두려는 가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최근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에 나서면서 신용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8000만∼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2일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비롯한 고신용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조정했다. 케이뱅크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0.1% 상향하고, 최저 금리를 연 3.0%로 올렸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은행에서 연간‧월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받았다. 은행에 따라 예년과 마찬가지로 약 5%를 써낸 곳도 있지만, 6~8%를 써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제출한 2021년 연간‧월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가 지나치다 생각되면 조정치 제시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은행권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가 5% 수준에서 낮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신용대출 관리가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어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 받기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