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향후 합의금 부담 우려↑…재무 부담 작용할 듯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SK이노베이션의 패배로 일단락되면서 향후 주가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양사의 적극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막대한 합의금 지출은 SK이노베이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사진 위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CI, SK이노베이션 CI. /사진=각 사 제공


1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 종가(29만6500원) 대비 7.25% 떨어진 27만5000원으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인 오전 9시 2분에에는 26만8000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오후 12시 기준 주가는 28만4500원으로 하락폭을 일부 반납한 모습이다. 

장 초반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10%가까이 폭락한 데에는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1일 수년간 진행돼 온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영향이 크다. 

이날 ITC는 판결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 완제품과 셀·모듈·팩 등 배터리 부품에 대해 미국으로의 수입, 미국 내에서의 판매 및 영업 활동을 향후 10년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ITC는 자유무역지대 등 제3자를 통한 수입 및 판매 또한 금지했다. 이미 수입된 제품의 판매는 물론 앞으로의 생산 및 수입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효력은 결정 시점으로부터 60일 이후에 발생한다.

다만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이미 배터리를 납품받아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만들 계획인 폴크스바겐과 포드에 한해서는 납품 차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 2년, 4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업계에서는 ITC의 이번 결정으로 양사가 소송전을 종료하고 합의를 위한 적극적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연간 소송 비용으로만 수천억원을 지불했던 점을 고려하면 적당한 수준에서의 합의가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예상보다 합의금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조율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은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 역시 소송 패소로 인한 수조원의 비용 지출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금액에 대한 견해 차이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왔다. 하지만 소송에서 진만큼 이번에는 LG측이 부르는 금액에 최대한 맞추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한 주주는 “막대한 합의금 지출은 이미 부채비율이 상당한 SK이노베이션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사업보고서상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49.2%로, LG화학(112.6%)·삼성SDI(60.5%) 등 타 배터리 업체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를 소유한 LG화학의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주가 흐름도 이를 증명하는 듯 보인다. 15일 LG화학은 전 거래일 대비 5% 상승한 100만8000원에 장을 시작했다. 오후 12시 기준 주가는 98만8000원을 나타내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ITC의 결정은 LG화학에겐 지적재산권에 대해 국제적 기관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면서 “배터리 산업에서 LG화학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진 만큼 탑픽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소송 과정에서 합의금 규모 및 형태에 따른 재무적∙사업적 영향을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현 시점에서 배터리 사업에 대한 가치 평가는 변수가 너무 많아 쉽지 않은 만큼 소송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때까지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판결은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2차전지 사업 전략에는 중립적 영향”이라면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예상했던 결과지만 향후 합의금 규모에 따라 재무 및 신용등급 변동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이어 “ITC 판결 이전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 원, LG화학은 3조원 내외의 합의금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합의가 지연된다면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 증가와 수주 약화로 사업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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