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업무 추진계획'서 "전세값 임대차 3법 등 영향으로 상승" 명시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정부가 현 임대차 시장 불안의 원인에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 법)의 영향이 있다고 인정한 가운데 임대차 법 3개 법안 중 마지막인 전월세 신고제가 내달 시범운영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5일 베포한 '2021년 국토교통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그간 안정세를 유지하던 전세가격이 금리 인하, 가구 수 증가, 임대차 3법 등의 영향으로 2019년 하반기부터 상승했다"고 명시했다. 이는 4년 간의 부동산 정책의 추진 중 미흡한 점을 언급한 부분으로 정부가 임대차 법이 현 주택 시장의 불안을 초래했다는 것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7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이 본격 시행되자 전세 매물이 급격히 감소하고 집주인들이 새로운 매물의 값을 상향하며 전셋값이 크게 치솟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저번주(8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오르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수도권은 0.22%, 서울은 0.1%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에는 지속된 전셋값 급등 피로감 및 입주 물량 증가, 계약갱신 청구권 사용에 따른 이주 수요 안정 등의 영향으로 고가 단지 위주로 매물이 누적되며 상승폭은 0.01%p 축소됐지만 청약 및 공급대책 대기 수요와 정비사업 이주 등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와 함께 보유세 인상이 예고되자 월세나 반전세 계약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총 7만5684건으로 기록됐다. 이중 반전세 거래는 2만4909건으로 전체의 32.9%를 차지했다. 임대차 2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2월부터 7월에 비해 4.7%p 증가한 수치다. 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돌려 충당하려는 경우가 늘어난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임대차 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저금리 등 정부 정책 이외의 요인을 지목해왔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며 전세 수요가 늘고 보증금 증액 유인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설명자료를 통해 "현존 계약의 갱신 시에는 임차인의 동의 없이 집주인의 의사만으로 월세로 전환할 수 없다"며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법정 전환율 2.5%가 적용되고 보증금 및 월세 증액도 5% 이내로 제한된다"라고 계약갱신청구권이 임대차 시장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임대차 2법 시행 후 전셋값과 매맷값이 고공행진했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토부가 이번 주요업무 추진계획 자료를 통해 임대차 법의 부작용을 시인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과한 것과 더불어 올해들어 재차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있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임대차 법 3종의 마지막 법안인 '전월세 신고제'가 4월 시범운영을 앞두고 있어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6월 본격 시행되는 전월세 신고제는 내달부터 일부 지역에서 사전 시범운영할 예정이며 대상은 서울 강남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법안이 도입되면 집주인은 30일 이내에 임대료, 계약금, 임대기간, 중도금 등을 신고해야 하고 월세나 계약금 등 임대조건이 바뀔 때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가 필요하다. 음지에 있던 임대소득이 공개되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임대료나 월세를 늘리는 등 세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해 전셋값이 더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임대사업자의 경우 임대소득이나 임대조건을 신고해 운영하고 있지만 다수의 집주인들은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에 부담을 느낀다"며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임대차 시장의 통계들이 공개됨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전세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장 심리가 다시 또 흔들릴까 걱정되는 상황"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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