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지난해 카드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악재에도 선방하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 거둬낸 실적이 올해 진행될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논의에서 수수료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잠정 당기순이익은 1조9917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7.6% 늘어났다.

각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는 60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전년 5088억원 대비 19.2%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자동차할부금융, 리스, 장기렌탈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수익 개선을 이뤘다.

신용카드 수익은 3조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할부금융은 1475억원으로 9.4% 늘었고, 특히 리스 수익은 2709억 원으로 44.5% 급증했다.

삼성카드는 전년 3441억원보다 15.9% 증가한 39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기존 고비용 저효율 마케팅을 줄이고,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자동차 판매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B국민카드는 당기순이익 3165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특히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545억원으로 전년 982억원 대비 174.4% 급증했다. 하나카드는 은행 영업점·대면 모집 축소와 디지털 모집 확대에 따른 모집비용 감소, 온라인 결제 비중 확대를 통한 밴수수료 감소 등을 이유로 꼽았다.

미사용한도 축소 등 대손비용 감소, 연체율 감축·부실자산 축소 등 선제적 리스크관리를 통한 대손비용 억제, 구독사업 등 신규사업·부대사업 관련 수익 증대와 같은 회원 기반 수익비중 확대와 수익다변화 노력도 한몫을 했다. 

롯데카드 역시 13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129%나 급증했으며, 우리카드는 12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5.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할부금융, 리스 등 수익다각화 전략도 한몫을 했지만, 가장 큰 영향으론 '비용절감'을 꼽았다. 

실제 혜택이 좋은 일명 '혜자카드'들이 자취를 감추며 마케팅 비용을 절감했고, 2만명에 달하던 카드 모집인은 지난해 말 기준 1만명 이하로 감축됐다.

업계에선 허리띠를 졸라매 얻은 실적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명분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논의에 착수한다.

카드수수료율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 산정원칙에 따라 카드결제에 수반되는 적정원가에 기반해 3년마다 조정하지만 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 이후 총 12차례에 걸쳐 인하만 거듭하고 있어 올해 역시 인하 전망이 우세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집비용·마케팅비용 축소 등 허리띠를 졸라매 얻어낸 실적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빌미가 되질 않길 바란다"며 "수수료율이 추가 인하된다면 더이상의 실적 선방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고객에게 돌아갈 혜택이 급격하게 감소해 결국엔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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