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의무거주 최대 5년…전세금으로 잔금 충당 계획 막혀
[미디어펜=이동은 기자]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에서 전·월세를 주지 못하고 최대 5년간 실거주해야하는 ‘전·월세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청약 시장의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청약 시장에서 투기세력을 막고 실수요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의 주택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

   
▲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미디어펜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부터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을 하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아파트에 ‘전·월세 금지법’이 적용된다. 공공택지의 거주 의무 기간은 분양가격이 인근 주택 시세의 80% 미만이면 5년, 시세의 80% 이상~100% 미만이면 3년이다. 민간택지에 공급되는 주택은 분양가격이 인근 시세의 80% 미만이면 3년, 80% 이상~100% 미만이면 2년의 거주 의무 기간이 부여된다.

이를 어기면 집주인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불가피한 해외 체류나 근무·생업 등의 이유로 실거주를 할 수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전매를 허용한다. 

이번 조치는 청약 시장에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을 막고 무주택자들의 주택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신축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면 해당 단지에서 전·월세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주변 전셋값까지 내려가지만,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 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또 이미 임대차보호법 시행 등으로 전세 물건이 줄어든 가운데 새 아파트의 임대 매물까지 잠기는 만큼 전세난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안 그래도 시장 내 전·월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에 나오던 매물들까지 줄어들게 되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제로 분양 이후 입주까지는 2~3년의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정부가 발표한 공급대책들이 원활하게 적용되고 있다면 시장에 큰 파장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에서는 정비사업으로 입주하는 조합원의 비중이 높은데 이들은 이미 양도세 면제 등을 위한 의무거주 조건을 적용받고 있어 이번 조치가 시장에서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기존에 조금이라도 나왔던 물량들을 더 줄어들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주택자들의 청약 문턱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존에는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입주하지 않고 전세금으로 잔금을 충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전세를 놓는 것이 막히게 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의 잔금 마련도 어려워진다. 이에 현금 부자에게만 청약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들도 청약 경쟁을 통해 당첨된 무주택자인 만큼 이번 조치는 진성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수석연구원은 “의무거주 요건을 적용받는 수요자들은 청약 가점을 받고 경쟁을 통해서 당첨된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자금 부담 때문에 전세로 돌리는 것이 사실 일반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도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르는 것이 어려워지는 만큼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무주택자들의 청약 접근이 어려워지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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