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로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그의 정계 진입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향후 대권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사람’과 ‘명분’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차기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직을 던졌다. 그러면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면서 사실상 ‘정계 입문 선언’을 했다. 범야권 유력 주자로 분류되는 만큼 그의 등판은 대권구도를 뒤흔들 강력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이념적으로 중도, 지역적으로는 영남과 충청을 흡수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여권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특히 그와 지지층이 일부 겹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좀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다 결국 퇴진 당한 이미지를 가진 만큼 현 정부와의 대척점에서 ‘친문 대 윤석열’ 구도를 형성하면 민주당 내에서도 강력한 친문 주자의 등판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럴 경우 김경수 경남지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재 의원의 공간이 넓어지지만, 친문 지지층과 감정의 골이 남아있는 이 지사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
|
|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유력 주자가 부상하지 않고 있는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장 입당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면서도 일단 제3지대에서 정권 견제 여론을 결집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가 당선되면 이후 윤 전 총장과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세력을 만들고, 안 후보가 ‘킹 메이커’로 야권 재편을 주도한다는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사람’과 ‘명분’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윤 전 총장이 차기 행보를 위해 ‘캠프’를 차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실체는 뚜렷하지 않다. 특정 정당과의 연결고리도 없는 모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윤 전 총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제 사직했으니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않겠나. 자연스럽게 만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윤 전 총장에 대한 강경 보수층의 반감과 맞물려 '중도·온건 대 극우·보수' 구도가 형성돼 보수층의 분열을 야기할 수도 있다. 당장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죽은 권력이던 이명박·박근혜 수사를 매몰차게 한 것은 정의가 아닌 벼락출세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청부 수사였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람, 즉 조직이 필수”라면서 “지금 당장 움직임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윤 전 총장이 특정 정당에 입당하기보다는 본인이 구심점이 돼 새로운 세력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
|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청와대 제공 |
또 다른 과제는 ‘명분’이다. 그간 직접 지휘해 온 월성원전 사건을 비롯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문재인 정권이 직접 연루된 사건을 남겨두고 물러난 만큼 정치권에 뛰어들기 위한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명분이 필요하다.
더구나 윤 전 총장의 정치 철학과 현안에 대한 의견은 현재까지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특히 경제문제나 교육·복지·여성 등 민생문제, 남북관계와 외교 문제 등에 대해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대권 주자로서 훌륭한 베이스를 갖추고 있는 것 아닌가. 황교안 전 대표보다 정치 감각이 있다"면서도 다만 "당분간은 좀 쉬지 않겠나"라며 조기 정계 진출설에 선을 그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만큼 지금 당장 윤 전 총장이 ‘액션’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외곽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내면서 ‘플랜’을 가다듬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본격 정치 행보의 시작을 위해 어떤 명분을 내세울지를 눈여겨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