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수사 무마용' 이성윤 유력…권위 상실, 조직 통솔력 의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전격적으로 직을 던지자 검찰 지휘부인 대검찰청은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차기 검찰총장이 취임할 때까지 조남관(56·사법연수원 24기) 대검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법무부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적합한 인물을 추천 받을 예정이다. 당연직 위원 5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 등 총 9명으로 추천위를 구성한다.

당연직 위원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 이사장·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고, 비당연직 위원은 검사장급 출신 인사 1명·비(非) 변호사 출신 3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3명 이상 추천하며, 박 장관이 이중 총장 후보자 임명을 제청하고,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1명을 지명하는 것으로 인선 절차가 이루어진다.

차기 총장은 문재인 정권 잔여 임기인 1년여간 검찰 조직을 이끌게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맞물려 정권의 하명 과제를 차질없이 시행할 '친문' 인사가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대검찰청 제공
우선 현재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조남관 차장검사는 후보군에서 제외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강행한 '윤석열 징계 사태' 당시 징계 청구 철회를 호소하는 공개 글을 올리는 등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조 차장검사는 지난달 검찰 인사에서 법무부가 대검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재차 반기를 들고 나서 정권의 눈 밖에 난 상태다.

이성윤, 차기 검찰총장 0순위지만…

차기 검찰총장 0순위로는 '자타공인' 이성윤(59·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꼽힌다. 이성윤 지검장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다.

그는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고, 이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서울중앙지검을 맡고 있다. 문 대통령 퇴임 후 차기 대통령이 새 검찰총장을 임명하기 전까지 '방패막이'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속사정을 고려하면, 이 지검장이 0순위다.

다만 이 지검장의 차기 총장 등극에 몇가지 변수가 있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무마하고자 외압을 가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데, 다음주 공수처 이첩 문제가 정리되어야 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판단이 관건이다.

두번째 변수는 무능력, 그리고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 지검장은 윤석열 전 총장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였지만 아무런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중앙지검 내 모든 간부와 평검사가 반기를 들고 일어날 정도로 조직 장악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약점도 있다.

다만 최근 검찰 정기인사에서 이 지검장을 유임시켰다는 점, 문재인 정권의 검찰 인사 스타일이 독불장군 식이었다는 것, 정권 연루 사건들을 뭉개버리려면 다른 인물이 마땅히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유력한 후보인 것은 사실이다.

두번째로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꼽힌다. 한동수 부장은 판사 출신 변호사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기 직전 청와대에 임명 제청해 대검 감찰부장에 오른 인물이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 기조에 부합할 비(非) 검찰 출신 외부인사로, 검찰청법상 법조경력 15년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는 점에서 임명이 가능하다.

한 부장은 '친문'·'친조국'·'반윤'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조국 일가 수사를 주도한 윤 전 총장과 각을 세우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고, 지난해 '총장 징계 사태' 당시에 '판사사찰 의혹' 문건을 입수해 법무부에 전했다가 돌려받아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앞으로 남은 1년간 청와대 기조를 전적으로 맞추기 위한다면 최적의 인사이지만, 한 부장을 실제로 내세울 경우 검찰 내 여론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다.

다른 후보군은?

세번째 후보로는 심재철(53·27기) 서울남부지검장이 거론된다. 윤 전 총장 징계 과정에서 앞장선 인물로, 검찰 내에서는 이 지검장 다음으로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전북 완주 출신으로 추미애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준비단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이 장관으로 임명된 2020년 1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달기도 했다. 그는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부임한 후 내부 회의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냈다고 알려졌다.

다만 심 지검장의 경우 이 지검장과 마찬가지로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심 지검장(27기)을 검찰총장에 앉히면 선배 기수인 이 지검장(23기)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다음으로는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현 정권 법무부 장관 모두와 호흡을 맞춘 김오수 전 차관을 비롯해 이 지검장의 동기인 조상철 서울고검장·배성범 법무연수원장·구본선 광주고검장·강남일 대전고검장이 꼽힌다.

결국 문 대통령의 선택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개혁이라는 허울뿐인 명분을 이어가기 위해 예상 밖 인물을 발탁할지, 검찰 내부를 추스르기 위해 실리적인 인사를 취할지, 아니면 정권 수사를 덮기 위해 누구나 예상 가능한 사람을 앉힐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