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내달 심사 결과 나와
일양약품 임상 3상 쓴 고배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제약사들이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 중인 가운데 연구 개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 종근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나파벨탄'./사진=종근당 제공


12일 업계에 따르면 약물재창출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에는 종근당, 대웅제약, 신풍제약, 부광약품, 일양약품 등이 있다. 약물재창출이란 다른 적응증(치료범위)을 대상으로 이미 개발이 완료됐거나 개발 중인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초기 임상 단계를 건너뛰어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종근당이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이달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를 조건부승인 신청했다. 나파벨탄은 기존에 췌장염 치료제로 쓰이던 의약품이다. 종근당은 당초 지난 2월까지 조건부허가 신청을 완료할 목표였지만 임상 3상 시험 계획서 마련 과정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이번 승인 신청에서 종근당은 중증 코로나19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 계획서도 함께 제출했다. 

나파벨탄에 대한 식약처의 심사가 긍정적일 경우 '국산 2호' 치료제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식약처는 코로나19 관련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만큼 섬사 과정을 40일 내 마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따라서 문가 자문을 거쳐 다음달 중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허가가 이뤄질 경우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에 이은 국산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중증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한 나파벨탄의 임상 2상에서 중증 환자의 치료 기간이 줄어드는 걸 확인했다"며 "변이 바이러스에도 치료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광약품은 자사 B형 간염 치료제인 '레보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최근 임상 2상을 마치고 데이터를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FDA로 부터 레보비르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2상 계획도 승인받았다. 회사는 신속히 현지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풍제약은 항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신풍제약은 기존 13개 병원 외에 은평성모병원, 충남대병원, 서울의료원 등 3곳을 추가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다음 달까지 임상 2상 완료를 목표로 한다.

개발 레이스에서 제동이 걸린 제약사도 나온다. 일양약품은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지만 임상 3상 결과 쓴 고배를 마셨다. 러시아 제약사 알팜에서 진행한 임상에서 라도티닙이 표준 권장 치료보다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라도티닙의 코로나19 임상 3상을 러시아 알팜이 진행했지만, 표준 권장 치료보다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이에 러시아 알팜은 러시아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라도티닙 마케팅 승인을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만성 췌장염약 '호이스타정(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완료한 임상 2상 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해 모집단 수를 기존 80명에서 1000여 명으로 늘려 추가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추가 임상이 완료 후 데이터를 확보하고 조건부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최근 호이스타정을 허가 외 용도로 의료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허가 초과 사용' 방안을 추진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를 미승인하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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