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기간 팔자 행진 이어온 연기금…5~6월 수급 분기점 될 듯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전날인 지난 1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순매수를 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역대 최장 기간 ‘팔자’ 행진을 이어온 만큼 순매수 전환 추세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연기금은 지난 15일 코스피 시장에서 52거래일 만에 110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에서 연기금은 110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순매수 포지션을 취한건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52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연기금은 이날 매수의 절반을 ‘제조업’에 집중했다. 총 584억원어치를 담았다. 

철광금속 업종과 운수장비 업종은 각각 218억원씩 순매수했으며 금융업 145억원, 의약품 144억원어치를 각각 사들였다. 화학업종은 315억원 순매도했으며 증권업종도 45억원을 팔았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 12일까지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온 연기금은 이 기간 총 14조4977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이전 연속 순매도일이 가장 길었던 때는 2009년 8월3일부터 9월9일까지 28거래일이었다. 이 기간 연기금이 약 2조6000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고려하면 기간은 23일이 더 길고, 규모는 12조원이나 더 많은 수준이다. 

연기금에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군인공제회, 교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포함된다. 연기금의 매도세 가운데에서는 국민연금의 매도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사학연금도 국내주식 비중을 낮춰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연기금의 전날 순매수세를 추세 전환의 신호탄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단발성 ‘반짝 매수’에 그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기금 대표주자인 국민연금이 ‘5개년 중기자산배분계획’에 따라 여전히 ‘비중조절’을 더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국민연금이 실제 보유한 국내 주식 가치는 176조6960억원으로 전체 금융자산 중 21.2%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6.8%로 잡았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이에 맞게 낮춰야 한다. 나아가 2025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5%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주가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단순 계산으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 약 4.4%를 줄이기 위해선 총 35조원 가량의 주식을 더 팔아야 한다. 현재까지 국민연금이 14조5000억원 가량을 매도한 만큼 앞으로 20조5000억원을 추가 매도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매도 물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연기금의 비중조절을 위한 순매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6월 정도에 순매도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도 “주요 연기금의 ‘2022년도 자산배분 목표 비중’이 공개되는 5~6월께가 연기금 수급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면서 “지난 2021년 자산배분 목표가 지금과 같은 강세장이 나타나기 전에 설정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기금의 국내 주식에 대한 2021년 목표 비중이 바뀌거나 2022년도 목표 비중이 2021년에 비해 높아질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