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A 씨는 17일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상처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행사에서 "(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제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하려 했고 '님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말로 저를 압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피해자 A 씨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 씨는 박원순 전 시장의 행적과 책임과 관련해 "박 전 시장에게 박수치는 사람들에 무력감을 느낀다.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방어권을 포기한 것은 상대방(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라며 "고인이 살아서 사법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인의 방어권 포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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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7월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에서 영정 사진이 놓여있다. /사진=서울시 |
그는 민주당을 향해 "이낙연 대표님과 박영선 후보님도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에는 소속 정치인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었던 게 아니다"며 "투표율 23%의 당원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고, 지금 (박영선 후보) 선거캠프에는 저를 상처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그리고 후속적인 조치가 있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라고 생각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저는 사상 초유의 2차 가해에 직면하고 있다"며 "제 가족들은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제 신상에 관한 게시물들을 직접 신고해서 지워나가고 있다. 그런 게시물 보는 것뿐 아니라 지워나가는데 너무나 끔찍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 대해 "상대방 부재 입장에서 인정받을 것은 최대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성폭력 사건에서는 중요 포인트인데 저의 이야기가 신빙성을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피해 사실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A 씨는 이날 진정성 있는 사과의 조건에 대해 "정말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데 제 신분상 그리고 지금 선거기간에 저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 들어서 조심스럽다"며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이번 선거에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사과의 방법으로는 민주당에서는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에 대해서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님게서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 징계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며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흔들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특히 민주당 남인순 의원을 향해 "저는 지난 1월 남인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분으로 인한 저의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이라며 "그분께서는 반드시 정치적인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서 아무런 조치 없어서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한다"고 지적했다.
A 씨는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면서 "제가 말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을 향해 "이제 그분들이 조치하고 행동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