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지난 18일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한 2020년 사업보고서를 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봉 인상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 매출이 40%나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대한항공 두 회사로부터 전년보다 40% 가량 많은 30억9800만원에 달하는 연봉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일반 직원들 임금은 평균 19% 깎여나가고 회사가 정부 지원을 받아 겨우 연명하는 판에 조 회장이 연봉을 셀프 인상했다는 비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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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제공 |
인상률만 갖고 조 회장의 급여를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선 사장에서 회장으로 직급이 바뀐 점을 감안해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은 대한항공·한진칼 회장직에 각각 2019년 4월, 2020년 4월에 올랐다. 이전까지는 사장 급여를 받아온 점을 참작해야 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대한민국 재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숨 돌릴 틈 없는 나날을 보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룹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휘청거리던 판국에 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 등 3자연합의 한진칼 경영권 위협에 대한 방어에도 힘써야 했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은 한진그룹 경영난 타개 차원에서 △윌셔그랜드센터 호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서귀포 칼(KAL)호텔 △제주칼호텔 △그랜드하얏트인천 △왕산레저개발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 등 과감한 '호텔 바겐세일' 방침을 천명했고 일부는 매각이 완료됐다.
이 외에도 조 회장은 대한항공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부와 자회사 항공종합서비스의 칼 리무진(KAL LIMOUSINE) 사업부는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등 전방위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로부터는 2조원 수준의 대한항공 운영자금 지원을 이끌어냈고 한진칼로 하여금 대한항공에 3000억원, 536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대한항공 역시 유상증자를 통해 4조4269억원을 자체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시장이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항공업계가 여객부문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자 조 회장은 항공화물 운송사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23기에 달하는 대형 화물기단으로도 모자라 B777-300ER 여객기들을 화물기로 개조하는 묘수도 보여줬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항공화물 운송 덕에 2020년 영업이익 2383억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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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규빈 기자 |
그런 와중에도 조 회장은 인력 해고는 하지 않고 순환 휴직을 결정해 대부분의 직원들이 통상 임금의 70% 수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원 감축이 이뤄지는 글로벌 항공업황을 감안하면 이 자체로 직원 복지다. 이 뿐만이 아니라 조 회장은 대승적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까지 끌어안는 대인배적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처럼 동시다발적인 어려운 상황들을 각개격파 해오면서도 조 회장은 한진칼이나 대한항공 스톡 옵션을 행사한 바 없다. 조 회장은 직위·직무·리더십·전문성·회사 기여도 등을 규정한 이사보수지급기준에 따라 합당한 대가를 받았을 뿐이다.
숨 넘어가기 직전이었던 대한항공을 구하고 조 회장이 받은 31억원 남짓한 보수는 공로에 대한 보상이다. 이 액수에 비하면 오히려 '가성비 좋은 대표이사'라고 칭찬을 해도 모자라다. 종횡무진한 조 회장의 이런 노력들은 백안시하고 단지 연봉 액수가 전년 대비 큰 수준으로 늘었다며 힐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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