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 물 맛 강조’ 콘셉트 변경…시장반응은 ‘글쎄’
“연수 위주 국내 시장에 경수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개척할 것”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생수 시장 후발주자 오리온이 ‘제주 용암수’를 성장궤도에 올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 오리온 닥터유 제주용암수 3종/사진=오리온 제공


오리온은 닥터유 제주용암수가 지난 3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최한 ‘제5회 먹는샘물·정수기 물맛 품평회’에서 74개 대상 제품 가운데 최고점을 받은 것을 기념하는 온라인 행사를 한다고 5일 밝혔다. 

지난달 13일 열린 물맛 품평회에서 6명의 워터소믈리에들이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국내외 일반생수, 해양심층수, 염지하수, 탄산수 등 74종과 정수기 물을 검은 천으로 상표를 가리고 블라인드 시험을 했다. 품평회 결과 닥터유 제주용암수가 89.75점을 획득해 최고 점수를 받았다.

물의 성분과 맛 등을 감별하는 ‘워터 소믈리에’란 직업 자체가 국내 소비자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오리온은 이 같은 대회 수상 경력 등을 주요 이력으로 삼아 ‘품질’과 ‘맛을’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2019년 12월 제품 출시 당시 내세웠던 콘셉트인 ‘프리미엄’에서 방향을 살짝 틀었다. 단순히 고급스러운 이미지만으로 차별화하기에는 기존 경쟁사 제품의 벽이 너무 높다고 판단해서다.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먹는 물 관리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생수가 아닌 ‘혼합음료’로 구분되기 때문에 여타 생수 브랜드와 점유율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국내 생수시장은 제주삼다수와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3개 브랜드가 약 70% 수준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수출도 갈 길이 멀다. 오리온은 중국·베트남·러시아 등으로 제주용암수 수출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납품하기로 했던 중국 루이싱커피는 회계 조작 이슈로 현재 상장 폐지된 상태다. 러시아에는 지난해 8월 초도물량 총 47톤(t) 규모 수출을 했다. 다행히 러시아와 중국, 베트남 3개국 누적 수출량은 현재까지 4800만톤으로 1년도 채 안돼 급증하면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오리온은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제품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시도를 거듭하는 중이다. 

출시 1년 만에 초기 허철호 대표가 물러나는 등 회사 수장부터 제품명까지 싹 바꿨다. 

지난 2월 기존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제품명을 ‘닥터유 제주용암수’로 변경하고 라벨 디자인까지 바꿨다. 닥터유는 오리온의 건강브랜드다. 제품 수식어도 리미엄 미네랄 워터’ 대신 ‘친환경적이면서도 건강에 좋은 물(음료)’로 바꿨다. 

소비자 접점도 강화했다.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편의점 기준 530㎖ 가격이 1000원이다. 생수시장 1위인 제주삼다수(500㎖)보다 50원 비쌌다.

이번 물맛 품평회 최고점 획득을 기념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대대적인 ‘반값’ 할인 행사를 벌인다. 330㎖ 제품(20병 들이 패키지)을 총 3000팩 한정으로 51% 저렴하게 판매한다.  

업계에서는 닥터유 제주용암수 성공여부는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맛의 좋고 나쁨은 소비자 개개인마다 주관적으로 다르게 느낄 수 있어, 대회 수상이력 등이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며 “오리온이 시장 후발주자인만큼 기존 경쟁사 제품에 이미 소비자 입맛이 길들여졌다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 

다른 관계자는 “현재 생수시장은 1강(强)3중(中)다약(多弱) 체제다. 3중 이하 다약 브랜드들은 거의 저가 경쟁이다”라며 “오리온 제주용암수 가격이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했는데, 할인 행사를 하면서 건강에 좋은 콘셉트를 내세우면 반응이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제주도의 용암해수로 만들어 친환경적이면서도 건강에 좋은 닥터유 제주용암수가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진행된 품평회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해 더욱 의미가 크다”며 “물맛이 무거운 연수(칼슘과 마그네슘으로 계산되는 경도가 낮은 물) 위주의 국내 시장에 경수(경도가 높은 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고, 글로벌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오리온 제주용암수 매출은 79억6300만원, 당기 순손실은 61억3700만원이다. 손실은 전년 28억여원 대비 크게 늘었지만, 매출이 2019년 11억원에서 7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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