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지난 5일(한국시간) 열린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카티스의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다. 카티스의 후안 칼라가 발렌시아의 무크타르 디아카비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디아카비는 프랑스 국적이지만 기니 출신의 흑인이고, 칼라는 스페인 국적 선수다. 칼라가 "더러운 검둥이"라는 인종차별 폭언을 했다는 것이 디아카비의 주장이었다.

발렌시아 선수들이 이에 항의하며 퇴장해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이후 디아카비가 동료들에게 경기는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고 발렌시아 선수들이 이를 받아들여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경기는 재개될 수 있었다. 발렌시아는 1-2로 졌다. 발렌시아는 한국인 선수 이강인의 소속팀이며, 이강인은 이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출전하지 않았다.

발렌시아 선수들은 6일 그라운드에 모여 '인종차별 반대' 퍼포먼스를 했다. 물론 이강인도 참석했다. 발렌시아 구단은 공식 채널을 통해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언제나 인종 차별은 없어야 한다. 우리 선수를 보호하고 차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 이강인의 소속팀 발렌시아 선수들이 상대팀 선수의 인종차별 발언에 항의하며 그라운드에서 철수하고 있다. /사진=발렌시아 SNS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선수들이 뛰고 있는 유럽축구 무대에서 인종차별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각국 리그와 클럽들은 인종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한 제재조치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인종차별로 인한 불상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을 넘어 혐오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촉발제가 돼 주로 아시아계를 타깃으로 한 혐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아무 이유 없이 아시아인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든지, 한인 가게에서 난동을 부리고 폭력을 행사했다든지 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들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대표적인 인종차별 사례로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소중하다)' 구호가 전세계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인종차별 반대에는 스포츠계도 적극 동참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유럽 프로축구에서도 경기 전 선수들이 한쪽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로 인종차별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 손흥민 등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이 경기 전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무릎 꿇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급증하는 혐오범죄는 아시아계를 향해 집중되고 있다. 사회 각계는 물론 바이든 미국대통령까지 나서 우려를 표명할 정도다. 지난달에는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아시아인들에게 돌리거나 공격하는 일을 두고 "비겁한 행동"이라며 "인종차별 행위를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로버츠 감독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둬 누구보다도 인종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집계에 따르면 올해 빅리그 등록 선수 906명 가운데 28.3%에 해당하는 256명(총 20개국)이 외국 국적 선수다. 중남미 출신이 가장 많고, 일본(8명) 한국(4명) 등 아시아 출신 선수도 있다. 미국 국적의 흑인 선수까지 다양한 국가와 인종의 선수들이 함께하고 있다.

유럽축구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각 대륙 출신 선수들이 여러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프로 스포츠에서 국적이나 인종의 경계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함께 그라운드에서 땀흘리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이다. 적어도 스포츠계에서만큼은 어떠한 차별 행위도 없어야 할 것이다.

손흥민을 비롯해 많은 한국 축구 스타 선수들이 유럽을 활동 무대로 삼고 있다. 류현진 등 한국 야구의 스타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해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경기장에서든 일상 생활에서든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을 누가 보고 싶겠는가. 안타까운 뉴스들이 계속 전해지다 보니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진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