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미정…정용원 전무 주축으로 임시 체제 운영
법원, 이르면 8~9일 사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할 듯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했다. 신규투자 유치가 지연돼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현 상황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도다.

예병태 사장은 7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퇴직 인사' 이메일을 통해 "오늘 회사가 또 다시 회생절차 개시를 앞두게 된 상황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아쉬운 마음과 함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 /사진=쌍용차 제공


예병태 사장은 "그동안 우리 회사는 업계에서 유례없는 임금반납, 복지후생 중단 및 자산매각 등 선제적인 자구노력을 시행해 왔고, 대주주의 투자계획 철회발표로 인해 회사 생존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혼란과 어려움을 잘 극복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도 신규 투자자유치가 계획보다 지연되면서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임박하여 또 다시 헤쳐 나가야 할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법정관리 체제 돌입이 불가피해졌음을 인정했다.

예병태 사장은 "이런 상황을 여러분들과 함께 극복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임직원 여러분들이 받을 충격과 허탈감을 잘 알기에 그 동안 경영을 책임져온 대표이사로서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재차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예병태 사장은 그럼에도 임직원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쌍용차에 대한 다수의 인수 의향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절망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된다"면서 "다소 혼란스럽고 일시적인 고통이 따를 수 있겠지만 여러분들의 일터는 스스로가 지킨다는 먼 안목으로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힘을 모아나가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쌍용차에 대한 잠재 투자자로 알려진 HAAH 오토모티브는 법원이 통보한 투자의향서 제출 시한(3월 31일)을 넘긴 상태지만 아직 투자 의사를 철회하진 않았다. HAAH가 우선협상권을 포기할 경우 국내 전기버스 업체 '에디슨모터스'와 사모펀드 등 2~3개 업체가 쌍용차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예병태 사장은 "임직원 여러분은 대한민국 최고의 SUV 전문가"라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저력을 발휘한다면 새로운 투자자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 토대를 충분히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그는 "노와 사 그리고 전체 임직원들이 갈등과 반목 보다는 슬기로운 지혜를 모아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기원한다" 사퇴의 변을 마쳤다.

앞서 예병태 사장은 이날 아침 일찍 임원회의를 열고 본인의 거취 문제와 향후 쌍용차 정상화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예병태 사장의 후임은 미정으로, 당분간 정용원 기획관리본부장(전무)을 주축으로 하는 임시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쌍용차 채권단협의체 대표인 KDB산업은행은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쌍용차의 회생절차 개시에 대한 채권단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채권단 의견이 취합되지 않아 제출 일정을 미룬 상태다. 다만 산은은 내부적으로 회생절차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채권단의 의견을 받은 즉시 검토에 착수해 회생절차 돌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예 사장도 회생절차 돌입의 불가피함을 언급하며 사의를 표한 만큼 이르면 8~9일 사이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통상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지만, 예 사장의 사퇴로 임시로 쌍용차를 이끌게 된 정용원 전무가 관리인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에는 채권 신고와 조사 등의 절차가 이어진다. 이후 구조조정과 채권탕감 등을 통해 쌍용차 인수 부담이 줄어든 상태에서 새로운 투자자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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