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법, '보건소 3000원' 명시돼…민간병원·협회 수수료는 규정 없어
보건증 수수료는 비급여 진료 항목…보건복지·부식약처 "권한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보건소의 보건증(건강진단결과서) 발급이 잠정 중단되자 일부 보건 비영리법인은 오히려 보건증 발급 수수료를 인상시켰다. 민간병원 수수료는 많게는 기존 보건소보다 15배 비싸다. '보건증 수수료 논란'의 피해는 생계를 위해 의무적으로 보건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하는 식품업계 및 어린이집 종사자와 외식 아르바이트생들의 몫이다. 미디어펜은 보건증을 둘러싼 병원과 비영리법인들의 폭리 실태와 당국의 안이한 대처, 대안 등을 시리즈로 긴급 진단한다.<편집자주>

[보건증이 뭐길래②]식약처 등 관리‧감독기관 "강 건너 불구경"

[미디어펜=이다빈 기자]보건소가 코로나19 여파로 보건증 발급 업무를 잠정 중단했다. 민간병원 및 보건비영리법인으로 발걸음을 돌린 소비자들은 고액의 수수료로 신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다.

식품업 및 어린이집, 유흥업소 등 업계 종사자들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건강 진단은 '식품위생법', '학교급식법',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서 의무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법이 정해둔 바에 따라 건강 진단을 받고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사진=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증을 발급 받는 수요 중 대부분은 식품을 취급하는 업소를 운영하거나 이곳에 취업하려는 소비자들이다. 이들의 보건증 소지 의무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49조에 근거한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49조에서는 '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화학적 합성품 또는 기구등의 살균·소독제는 제외)을 채취·제조·가공·조리·저장·운반 또는 판매하는 일에 직접 종사하는 영업자 및 종업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유치원 급식 안전 긴급점검을 시행하며 유치원 교사에게도 보건증 발급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학교 급식업 종사자와 더불어 유치원 교사들도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제6조 학교급식의 위생·안전관리기준에 따라 6개월에 1회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그 기록(보건증)을 2년간 보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9조에서는 '성매개감염병의 예방을 위해 건강진단이 필요한 직업에 종사하는 자와 성매개감염병에 감염돼 전염을 매개할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한 자는 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중 보건증 발급 수수료에 대해서는 식품위생법에서만 구체적인 금액을 규정하고 있다. ‘식품위생 분야 종사자의 건강진단 규칙’ 제5조에 따르면 '보건소에서 건강진단을 받으려는 사람은 수수료 3000원을 내야 한다'고 명시됐다. 기타 다른 법률 규정 및 시행규칙에서는 건강 검진 수수료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 서울 시내 한 보건소 전경./사진=미디어펜

민간병원이나 보건비영리법인의 보건증 발급 수수료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이유는 이들 수수료가 비급여 진료 항목이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은 해당 의료기관이 임의로 가격을 산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부 보건비영리법인은 지회·지부 별로도 수수료가 상이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경우 강원 지회에서 7000원, 부산 지회에서 1만1000원의 수수료를 책정해 한 협회 안에서도 4000원까지 보건증 발급 수수료가 차이가 났다. 한국건강관리협회의 경우도 서부지부가 9000원, 동부지부 1만2000원 등 지부별로 수수료가 천차만별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보건증을 정기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민간병원과 보건비영리법인의 수수료가 주먹구구식으로 산정되는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증 발급 업무를 하는 민간병원이나 보건비영리법인 어느 곳에서도 보건증 발급 수수료 단가의 명목을 자체적으로 밝혀두지 않았다. 

보건소의 10배인 3만원의 보건증 발급 수수료를 받고 있는 서울 소재 A병원에서는 "시행하는 검사 항목마다 개별 검진 단가가 얼마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보건소는 공공기관이라 수수료가 저렴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증 발급을 위해 혈액 검사, X-레이 검사 등이 필요한데 보건소에서 공익적으로 수수료를 저렴하게 받았던 것이지 민간병원의 수수료가 과하게 비싼 금액이라고는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지정해두고 있는 민간병원과 보건비영리법인의 수수료 기준은 없지만 소비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관련법을 개정하고 규제를 가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각 관계 기관들은 관리·감독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민간병원 및 보건비영리법인의 보건증 수수료에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수료 비용 자체를 관리하는 법률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칙 아래 총례령으로 아무것도 없어 보건복지부는 규제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보건소 수수료를 규정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민간 의료기관의 보건증 수수료에는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건강검진결과서(보건증)를 의무화 하고 있는 식품위생법은 식약처 소관이 맞지만 비급여인 민간 의료기관의 수수료 관련해서 식약처가 민간병원이나 협회 등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