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파리’는 기자들이 시즌별로 꼭 챙겨보는 작품에 속할 만큼 명작으로 불리지만, 매번 극장을 나설 때마다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을 받는다. 바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원작의 감동을 무대 위에 구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많은 노블(Novel)컬, 드라마컬, 주크박스 뮤지컬은 기반이 되는 ‘주제의 구현’보다 보여지는 것에 치중해 시작부터 고꾸라지는 경우가 많다. 기단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건물은 아무리 화려하다 해도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지지 않는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장면 /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관람 전이라면 ‘꼭’ 줄거리는 알고 가자

지인들이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해 물을 때마다 “줄거리만은 꼭 알고가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냥 극장을 찾았다가는 1막 내내 이야기만 쫓아가다 명곡들의 감흥까지 놓쳐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구조는 단순하지만 각각의 인물, 인과관계가 독립적인 만큼 사전 이해없이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보통의 뮤지컬이 중등수학 정도라면 ‘노트르담 드 파리’는 고등학교 수학Ⅱ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송스루’ 형식의 ‘노트르담 드 파리’는 해설자 역할을 하는 음유시인 ‘그랭그와르’의 노래 ‘대성당들의 시대’로부터 시작된다. 이야기는 크게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두고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 ‘프롤로’, 성당 종지기 ‘콰지모도’, 왕의 근위대장 ‘페뷔스’의 사랑과 욕망, 그리고 파국을 담는다.

주교 프롤로는 성당 앞에서 춤추는 에스메랄다에 반해 콰지모도에게 그녀를 납치해올 것을 명한다. 충직한 종지기 콰지모도는 그녀를 납치하려 하지만 페뷔스에게 체포돼 형틀에 묶이는 신세가 된다. 고통스러워하며 물 한잔만 달라 절규하던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가 물을 떠먹여주면서 그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겠다고 마음먹는다.

사건이 해결된 후 페뷔스는 에스메랄다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도 잠시, 욕망에 눈먼 프롤로는 에스메랄다와 침대에 마주앉은 프롤로를 칼로 찌르고 그녀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에스메랄다는 페뷔스가 자신을 구해주리라 믿지만, 그는 에스메랄다를 배신하고 대단한 집안의 약혼녀 ‘플뢰르 드 리스’의 곁으로 돌아간다.

이를 까맣게 모르던 콰지모도는 집시 무리들을 풀어 에스메랄다를 구출하고 자신의 아지트로 대피시킨다. 그녀를 놓친 페뷔스와 병사들은 탈옥한 집시를 공격해 에스메랄다의 보호자격인 ‘클로팽’을 죽이고 그녀를 다시 사로잡아 결국 교수대 위에 올린다.

이 모든 과정의 진실을 알게된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의 죽음과 동시에 모든 사건의 배후자인 프롤로를 계단으로 밀어 죽인다. 그리고 에스메랄다의 시신을 안고 절규하며 명곡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를 부른다.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장면 /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언제나 ‘전공서적을 화려하게 포장한 선물’처럼 느껴져

‘노트르담 드 파리’의 매력은 알려진 바와 같이 모든 곡이 명곡이라고 부를 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진 노래와 화려한 퍼포먼스, 거대한 무대장치 등이다.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한 작품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공연 역시 프랑스 원곡의 매력과 건장한 사내들이 뿜어내는 힘찬 에너지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그러나 배우들의 역량은 한국 배우들만 못하다는 생각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인물의 감정, 이야기전달보다 한곡 한곡 노래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노래하는 내내 두 팔을 벌려 아래, 위, 앞으로 뻗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해 뮤지컬 배우보다는 ‘오페라 가수’에 가까워 보였다. 기존에 출연했던 한국 배우들이 너무 뛰어났던 걸까.

인터미션 동안 로비에서는 “줄거리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많이 들렸다. 이에 한 남성은 이를 두고 “그러니까 모두 저 여자를 사랑하는거야”라고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읽을 수는 있으나 이해하기 힘든 자막 탓도 컸다. 마치 갓 번역한 극본처럼 가사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음악은 계속 흐르는데 한글 자막을 한글로 번역해서 이해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차라리 한국 배우들이 출연했던 공연의 가사를 자막으로 제공했다면 이해하기 훨씬 쉽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와 같은 아쉬움은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직결됐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이번 공연은 VIP 티켓이 20만원에 달한다. 뮤지컬로는 사상 최고가에 속하며, 한국 배우들이 출연했던 공연의 VIP 티켓보다도 8만원이나 많다. 2년 전 공연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위키드’나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의 티켓가격(VIP 16만원) 보다도 월등히 비싸다.

좋은 뮤지컬은 ‘좋은 책을 화려하게 포장한 선물’과도 같다. 숨겨진 메시지와 이를 둘러싼 노래, 무대, 연기 등 주변의 조합이 깔끔하게 조화를 이룰 때 작품은 비로소 진심어린 기립박수를 이끌어낸다. 반면 ‘노트르담 드 파리’는 ‘전공서적을 화려하게 포장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훗날 책의 내용보다는 화려한 포장만 기억에 남지 않을까.

물론 ‘노트르담 드 파리’가 국내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대작인 것에는 분명하다. 환상적인 노래와 퍼포먼스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큼 출중하다. 하지만 그 기억이 작품의 본질일까 하는 문제는 몇 번을 다시 보더라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을 것만 같다. 2월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미디어펜=최상진 기자]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장면 /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