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운수권 따지면 실질 가치 1000억원 내외"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최근 이스타항공 잔존 가치가 청산하는 게 더 낫다는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자 단순 평가로 따지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 이스타항공 여객기./사진=이스타항공 제공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은 조사위원 자격으로 이스타항공 재무 상태를 확인해 서울회생법원에 재산 상황을 보고했다. 이스타항공은 서울회생법원에 관리인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존속 가치는 5억6546억원, 청산가치 24억9737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에 먹구름이 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제성으로만 따지면 파산 처분 등 정리하는 쪽이 4.42배 이득이라는 계산에서다.

이 같은 부정 평가에 법원이 선정한 정재섭 이스타항공 대표(법률상 관리인)는 "이는 어디까지나 계속적인 운항 중단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오랜 기간 동안 못해 임금 등 공익 채권 700여억원 상환 의무를 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들의 유형자산은 항공기와 엔진 등 부속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이스타항공에는 항공기 부품 외에는 사실상 유형자산이 없다"고 인정했다. 전 기재 모두 리스를 통해 들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공사의 가치는 항공기 보유량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항공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항공기가 입·출항하기 위해서는 각국 항공 관리 당국으로부터 도착·출발시간대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외국 정부와의 항공 회담을 통해 항공기 운항 횟수를 정해 해당 범위 내에서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권리도 따내야 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슬롯'과 '운수권'이 항공사 가치 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비록 현재 당사가 여객기를 반납하고 있고 띄우지 못하고 있지만 숙련된 인력과 슬롯, 운수권이 있다"며 "이스타항공은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무형의 이스타항공 실질 가치를 따진다면 1000억원 내외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제주항공이 매겼던 이스타항공 인수가가 기준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청산 가치는 의미 없는 액수라는 말도 나온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당초 이르면 지난 15일 매각 공고를 낼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측은 2주일 지난 시점인 오는 30일 경 공고를 낸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이달 20일 이전에 법원에 매각 전략을 보고한 후 매각 발표를 할 계획이었는데 인수의사를 내비친 예비 인수자들에게 검토 시간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수 희망자가 추가로 더 나올 수 있는 만큼 매각 공고를 이달 말 경 진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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