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조현준 새 동일인 지정
젊어진 재계 분위기…새로운 시대 개막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재계 3세 경영이 본격화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효성그룹은 조현준으로 각각 동일인을 변경했다. 이미 경영 전면에 나선 이들의 총수 지정은 예고된 것이었다. 

이번 공정위의 동일인 변경승인으로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돌입한 현대차그룹과 효성그룹은 지속가능한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해 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최근 오너 3·4세로의 세대 교체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30대 그룹 총수의 3분의 1가량이 40~50대로 채워졌다. 젊은 총수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재계도 혁신과 실용주의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각사 제공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71곳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은 40곳이다. 

이들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상호출자금지, 순환출자금지 등의 규제를 받는다. 공정위는 매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한다. 올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IT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쿠팡, 카카오, 네이버, 넥슨, 넷마블 등이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지분율, 경영 활동 및 임원 선임 등에서의 영향력 등을 고려해 동일인도 지정했다. 올해 현대차그룹과 효성그룹의 동일인이 바뀌었다.

정의선 회장은 21년 만에 현대차그룹 총수로 지정됐고 효성그룹 또한 조현준 회장이 조석래 명예회장 대신 총수로 나서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른바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이다.

공정위의 현대차그룹 총수 변경신청 승인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재계 은퇴와 동시에 정의선 시대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마지막 수순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인공지능 등 신기술, 신산업의 출현, ESG 라는 신경영 패러다임 대두 등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의 총수 변경은 2000년 9월 출범 이후 21년 만이다. 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상 책임을 지고 있고 지배력을 강화한 만큼 이번 총수 지정은 예정된 절차였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앞서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임기를 1년 남긴 상황에서 물러나는 만큼, 이번 등기이사직 사임은 사실상 정몽구 명예회장의 재계 은퇴 의미가 담겼다.

이번 총수 지정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적인 시동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사실상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형성된 순환출자구조의 최상단에 현대모비스가 있다.

여기서 기아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만 해결하면 큰 그림에서 순환출자구조는 해결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배권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가 과제로 꼽힌다.

효성 그룹 역시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됐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며 건강 상태를 동일인 변경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석례 명예회장의 주식의결권(9.43%) 일부를 아들 조현준 회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장남 조현준 회장이 지주회사 지분 21.94%, 3남 조현상 부회장이 21.42%를 보유 중이다.

조석례 명예회장에 조현준 회장으로 총수 변경이 받아지면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성장동력으로 신사업에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효성은 한국기업 최초로 폴리에스터, 나일론, 스판덱스 등 주요 화학섬유 3종 모두 재활용 섬유로 보유하고 있는 효성티앤씨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친환경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각사 제공


친환경 소재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섬유에 반영하고 의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수거한 페트병을 섬유로 재활용하는 '리젠 프로젝트'는 '리젠제주'에 이어 '리젠서울'까지 이어지는 등 국내 친환경 재활용 섬유 시장의 모범적인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의 생산, 운송 및 충전 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수소 인프라 구축 사업'을 본격화한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 린데그룹과 액화수소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법인(JV)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23년 초까지 효성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울산 용연공장 부지에 연산 1만 3000t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한다.

이는 연 10만대의 자동차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13만t의 배기가스가 절감되는 친환경 효과가 기대된다.

효성그룹 측은 "실질적인 경영권은 2017년 취임한 조 회장이 행사하고 있고 조 명예회장이 올해 만 85세로 고령인 데다 지병인 담낭암이 재발되어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효성그룹의 조현준 회장이 새롭게 '정부 공인 총수'로 등극하며 재계의 '세대교체'도 본격화됐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과 LG그룹의 구광모 회장, 한진그룹의 조원태 회장 등에 이은 3~4세대 젊은 총수들의 대거 등장이다.

이번 동일인 지정 변경으로 자산기준 국내 주요 30대 그룹 총수 중 40~50대 총수는 9명으로 늘어났다. 40대 총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3명이다. 50대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 6명이다.

이외도 세대교체는 한화그룹, CJ그룹, 코오롱그룹, LS그룹, 농심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 2세가 80세 이상의 고령이 됐기에 자연스럽게 승계 작업이 이뤄질 때가 됐다"며 "젋은 총수들이 재계를 이끌게 되며 새로운 경영스타일인 실용성과 성과주의가 강화되며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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