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내달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쎄시봉’의 인터넷 평점은 1~2점대, 역대 최악이라 불리는 영화들보다도 못하다. 대중은 이 모든 것이 한효주 때문이라 말한다.

‘쎄시봉’의 평점테러가 심상치 않다. 영화의 작품성과는 전혀 무관하다. 대중의 날카로운 시선은 오직 한효주를 향한다. 일각에서는 ‘또다른 마녀사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반면 ‘힘없는 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라는 논리도 등장했다. 며칠 사이 한효주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 사진=영화 '쎄시봉' 스틸

발단은 2013년 여름 공군 행정병으로 복무하던 김일병의 자살사건으로부터 촉발된다. 명문대 출신으로 공군 성남비행단 단장 부관실에 소속됐던 김일병은 상관의 잦은 질책과 과도한 얼차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직속상관인 한 중위를 가혹행위자로 지목해 고소했다. 그러나 군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사연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방송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김일병의 아버지는 “부관이 괴롭혀서 아들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가 다니던 대학에는 ‘그의 죽음이 억울하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이후 공군은 김일병을 순직처리했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한 중위가 한효주의 동생으로 밝혀지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공군 중령 출신의 아버지, 공군 장교인 동생, 공군 홍보대사인 자신까지 ‘공군가족’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대중의 배신감은 상당했다. 인터넷에서는 한효주의 활동을 저지하는 움직임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다음 아고라에는 한효주의 광고 퇴출 서명운동이 일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활동이 잠잠했던 한효주는 ‘쎄시봉’을 통해 연예계에 복귀를 시도했다. 그러나 제작발표회 소식이 등장하자마자 인터넷 기사 댓글부터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모두 한효주에 대한 비판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대중의 비판은 ‘사과와 갑질’에 초점이 맞춰졌다. 급히 ‘쎄시봉’ 언론시사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 사진=영화 '쎄시봉' 스틸

김일병 사건이 대중에게 알려진 후 한효주는 공식석상에서 이와 관련된 언급을 피해왔다. 당연히 사과도 없었다. ‘그녀가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닌 만큼 사과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녀가 공군 홍보대사까지 지낸 만큼 동생이 공군과 관련된 잘못을 저질렀다면 도의적으로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배우는 이미지로 생존하는 직업이다. 한효주는 그동안 순수한 매력으로 어필해왔다. 그중에는 군인 가족에서 바르게 자라왔다는 사실도 큰 몫을 담당했다. 비록 자신의 잘못은 아닐지라도 해당 이미지를 함께 만든 가족의 잘못으로 대중의 비판을 받는다면 도의적으로라도 사과하는 것이 옳다. 연예계에서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또하나는 최근 사회적 키워드인 갑질 논란이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비롯해 각종 언론에서 밝혀진 바 있는 ‘김일병이 얼차려를 받은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교가 병사에게 당연히 얼차려를 부여할 수 있으나, 그 사유가 부적절했다는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장교로서의 갑질이 부하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다면 이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군인다운 것 아니냐는 말이다. 이는 한효주의 동생이 초점이다.

평점테러 댓글 중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힘없는 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다. 왜 그녀가 갑이 되고 대중이 을이 되어 저항해야 하는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한효주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갑의 잘못은 을이 직접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말은 바람을 타고 양은냄비처럼 뜨겁게 달궈졌다가 금세 식고, 또 순식간에 타오른다.

   
▲ 한효주 '쎄시봉' 프로필컷

일부 언론은 한효주를 향한 대중의 비판을 ‘마녀사냥’으로만 몰아가고 있다. 그녀를 향한 대중의 화살을 꼬집어 “인기로 먹고산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높은 도덕률을 요구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인기로 먹고사는 만큼 도덕적이고 깨끗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특히 순수한 이미지로 연명하던 연예인일수록 사건 관련 논란은 치명적이다.

과연 한효주를 향한 대중의 비판이 맹목적인 걸까. 인터넷에 글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 한 조직의 홍보대사까지 역임했던 연예인이 가족의 잘못으로 해당 조직과 사회에 누를 끼친데 대한 사과를 우선적으로 원하고 있다. 재조사는 공권력의 문제로 한효주와는 상관없다. 그건 그 다음 문제다. [미디어펜=최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