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송영길, 쇄신론에 방점을 찍으면서 타 후보들과 차별화 전략
쇄신론으로 승리, 민주당의 정책 기조를 변경하기 위한 명분을 획득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는 송영길, 향후 당청 관계 변화 불가피할 듯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 번의 도전 끝에 당 대표로 선출된 것은 결국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강성 친문 지도부로의 회귀에 대한 당내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몰린 거대 여당 당원들이 ‘친문 단결’보다는 ‘쇄신’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지난 재보궐선거 이후 민주당 내에서 가장 핵심 쟁점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였다. 친문 위주의 당원 목소리만 듣느라 민심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부터 윤호중 원내대표까지 당 지도부가 이어지면서 ‘도로 친문’ 비판이 당 안팎에서 불거졌다. 

당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송 대표는 이 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전당대회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각종 인연을 강조해 온 타 후보들과 달리 그는 “당명과 대통령 빼고 다 바꾼다”, “계파 찬스를 쓰지 않는다”며 쇄신론에 방점을 찍었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새 대표가 3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는 대표 수락연설에서도 “비록 지난 4·7 재보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았지만, 아직 애정을 갖고 투표에 참여해준 분들의 여망을 깊게 새기겠다. 민주당이 변화해 나가겠다”면서 변화를 약속했다. 

송 대표는 또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뚝심 있게 변화를 강조해 오면서 승리를 따낸 만큼, 향후 민주당의 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데 있어서도 명분을 획득한 셈이다. 

그는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고,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해하지 말고,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말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지금은 승리를 위한 변화를 위해 주저 없이 전진해야 할 때다. 유능한 개혁,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어 국민들의 마음을 얻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송 대표가 ‘민주당의 쇄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당선된 만큼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당·청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정권 재창출을 최대 목표로 제시한 만큼, 향후 코로나19 백신과 부동산 등 아니라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송 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에도 “집값이 상승한다고, 청년·신혼부부들은 평생 전세방·월세방 살라고 말할 순 없다”며 부동산 정책 수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백신에 대해서도 타 후보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스푸트니크 V’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 후보는 '러시아통'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청와대로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계속 경신하는 국면에서 여당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3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송 의원은 지속적으로 차별화를 강조해왔다”면서 “여론을 확인한 이상 당청 관계에 변화는 불가피하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가 지난 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다만 송 대표가 청와대와 눈에 띄게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영표 후보의 득표율에서 보듯 '친문' 당원들의 힘이 견고하고,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용민, 강병원 의원이 나란히 득표율 1, 2위를 기록했다.

송 대표 본인도 지난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점을 강조하면서 "다시 총괄선대본부장이 되겠다. 제가 대통령 후보의 상임선대위원장이 돼 4기 민주 정부를 반드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친문’의 협조가 필수다. 이들을 외면하고 마냥 대표의 생각대로 당을 이끌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당 지도부 내에서도 적절한 협조와 견제가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송 대표는 1963년 전남 고흥 출생으로, 광주 대동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인천에서 7년여 노동운동을 하다 31세에 사법시험(36회)에 합격해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중앙선거대책본부 총괄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2016년과 2018년 전당대회에 이어 세 번째 도전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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