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주주환원 정책' 발표 후 주가 급락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메리츠금융그룹 3사가 지난 14일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의 배당을 유지하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한다’는 발표를 하고 난 뒤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배당성향이 대폭 낮아지면서 국내 증권업계에선 이례적인 ‘매도’ 리포트가 나왔고, 금융당국의 종합검사까지 예고돼 있어 투자자들의 계산법도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 사진=메리츠금융그룹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등 메리츠금융 계열 3사는 지난 14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 배당을 유지하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는 내용으로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주주가치 제고라 명시된 것과는 달리 메리츠가 밝힌 10% 수준의 배당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참 밑도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메리츠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평균 66%, 메리츠화재는 35%, 메리츠증권은 38% 등으로 대표적인 ‘배당주’로 손꼽히는 종목들이었다.

이 발표가 나온 이후 시장에는 적지 않은 충격이 있었다. 지난 17일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전일 대비 15.56%, 메리츠증권은 13.83%, 메리츠화재는 16.78% 각각 급락했다. 다음 거래일인 지난 18일에 종목에 따라 2~3% 정도 반등하긴 했지만 낙폭에 비하면 반등폭은 크지 않았다.

심지어 KB증권은 지난 17일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에 대해 '매도' 의견 레포트를 내기도 했다. 보고서에서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하는 이유는 5월 14일 공시한 중기환원정책 때문”이라며 “주주환원율 하락 우려와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 레포트에서 ‘매도’ 의견이 나오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중단된 ‘증권사 종합점검’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그 첫 번째 대상은 메리츠증권으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전반적인 업무에 관해 금융당국의 종합검사를 받게 될 계획이다.

현 시점에서 메리츠증권의 종합검사 자체가 악재인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금감원이 부동산 금융에 집중 점검 의사를 밝힌 적이 많았기 때문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다수 진행 중인 메리츠증권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메리츠금융그룹의 배당성향 축소 결정에 대해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 시에 조정호 회장 등 대주주 지분율 확대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