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네임부터 럭키금성서 LG로 교체
인화경영·승부사 기질로 '1등 LG' 포부
전자·화학·통신 등 3대 먹거리 육성…전장 사업도 발굴
화담 유산, 구광모 실리주의와 결합…'뉴 LG' 재도약 발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의 별세 3주기를 맞았다. 정도경영·인화경영에 입각해 미래 먹거리에 적극 나서며 LG그룹을 재계 4위로 키워낸 고인의 유산은 현 구광모 회장에게로 이어져 '뉴 LG'의 밑거름이 됐다.

   
▲ 고(故) 화담 구본무 회장이 2015년 6월 연암해외연구교수 증서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사진=LG그룹 제공


20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임직원들은 이날 구 선대 회장 3주기를 맞아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특별 영상을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이는 과잉 의전과 복잡한 격식과는 거리가 멀어 소탈함을 지향했던 고인의 뜻을 존중하는 차원이라는 전언이다.

'화담의 고객 가치 정신을 기리며' 제하의 4분 30초 분량의 추모 영상은 '고객 경영' 철학을 조명하는 내용을 담았다. 화담은 생전 "반드시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빨리 만들어서 매출을 낼 생각보다 진짜 얼마나 고객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선대 회장은 정도경영에 입각해 'LG 윤리규범'을 제정해 사이버 신문고를 운영했다. 이에 따라 기업 내 투명 경영의 기준을 세웠다.

LG그룹은 국가·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의인들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철학을 갖고있다. 이는 구 선대회장의 뜻에 따른 것으로 2015년부터 시작된 'LG 의인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LG 의인상은 사회 전반에서 타인을 위해 묵묵히 봉사·선행을 실천하는 일반 시민으로 대상을 넓혔다. 현재까지 145명이 의인상을 받았고 LG그룹은 이들의 희생·봉사·선행을 알렸다.

1995년 2월 LG그룹 제3대 회장직에 화담은 2005년 '정도경영'을 강조했다.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던 화담은 '인화경영'을 바탕으로 LG를 1등으로 만들겠다는 'LG 웨이' 포부를 품고 있었다. 화담이 LG그룹 회장직에 오르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명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꾼 것이다. 럭키금성은 한국인만 이해할 브랜드라는 이유에서다.

당시에는 럭키와 금성 두 브랜드가 대중의 뇌리에 박혀있어 사명 변경이 무의미하다는 사내 의견이 나왔지만 화담은 LG로의 교체를 밀어붙였다. 이때 사람과 세계를 뜻하는 현재 로고가 생겨났다.

   
▲ 고(故) 화담 구본무 회장./사진=LG그룹 제공


회장 재임 기간 중 동안 화담은 국내 대기업 최초 LG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또한 전자·화학·통신 서비스 등 3대 미래 먹거리 육성에 힘썼다.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에 그룹 역량을 집중해 현재 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디스플레이는 그룹의 대들보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2005년 2차전지 사업에서 2000억원 가까운 적자가 생기자 임원들은 화담에게 사업 철수를 권유했지만 고인은 해당 시장성을 보고 "이제 시작일 뿐이니 R&D에 더욱 투자하라"고 지시했다. 화담의 예측은 옳았다. 2차전지는 스마트폰과 미래차 등 첨단 IT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 됐기 때문이다.

LG화학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2차전지와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전세계 탑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다.

고인이 LG화학에서 분사시킨 LG생활건강도 국내 화장품 업계 상위권을 차지한다. 

화담은 1996년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을 세워 이동통신 사업에도 나섰다. 그는 유선기간망 2위 사업자 데이콤을 인수해 LG텔레콤이 유무선 종합 이동통신사로 거듭나길 바랐다. 이후 2010년에는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통신 3사를 합병해 LG유플러스를 출범시켰다. 현재까지도 LG유플러스는 LG그룹의 안정적인 캐시 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외에도 화담은 자동차 전장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2013년에는 LG전자에 전장 사업 담당 VS사업본부를 신설해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해 LG그룹의 미래 먹거리도 발굴해냈다.

이 같은 유산은 화담의 뒤를 이은 구광모 LG그룹 제4대 회장의 실리주의와 결합해 그룹이 인공지능(AI) 등 다방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제공


구광모 회장은 '뉴 LG'를 선언했다. 이를 뒷받침 하듯 LG전자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며 MC사업본부를 정리하기로 의결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자원 활용 효율성을 높여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전기차를 미래 수익원으로 낙점한 구 회장은 캐나다 전장기업 마그나 인터내셔널과는 LG마그나 이파워 트레인을 설립해 파워트레인도 양산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LG디스플레이는 디지털 계기판을, LG이노텍은 차량 통신 모듈을 생산해내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부품들에 대한 수직 계열화를 이뤄내 LG그룹은 완성차 제조사 납품 조건을 두루 갖추게 됐다.

   
▲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이 오는 7월 출범한다./사진=LG전자 제공


구 회장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또 다른 축으로 로봇 사업을 점찍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GM과 테네시주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도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LG그룹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를 둘로 나누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이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 등을 LX홀딩스의 자회사로 분리하기로 해 시시각각 변하는 시황에 적극 대응하기로 결의를 다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와 같이 화담 구본무 회장의 유산은 구광모 회장 체제에도 이어져 과감한 구조조정과 신수종 사업 등으로 나타나 LG그룹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