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려동물식품’ 위한 정부차원 R&D 지원 필요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반려동물의 노령화 및 가족화 경향에 따라 건강 기능성 식품에 대한 관심 증가하고 있지만, 반려동물 식품시장에서의 높은 수입의존도로 인한 국산화 기술개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농산물로 만든 기능성 사료가 개발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이 27.7%에 달하며, 양욱 수는 반려견 602만 마리, 반려묘 258만 마리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연관 산업 시장규모는 지난 2017년 2조 3000억 원에서, 오는 2027년 6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중 반려동물 식품시장은 2019년 기준 약 1조 2600억 원의 규모로, 이 중 약 70%에 해당하는 8009억 원을 수입 식품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 유기묘 사료 기부이벤트 포스터./사진=아이쿱생협 제공


이러한 가운데, 농촌진흥청은 가천대학교와 협업을 통해 국내 생산 농산물인 흑삼과 홍잠, 동애등에 유충(애벌레)등을 소재로, 반려견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반려동물 식품(펫푸드4)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미국 반려동물비만예방협회에 따르면, 반려견 중 55.8%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었으며, 국내 한 동물병원의 조사에서도 반려견의 약 40%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반려견의 비만은 관절·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과 연관되며, 수명 단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체중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의 실험 결과, 고열량으로 급여한 반려견 그룹 가운데, 흑삼과 홍잠 복합물 식품을 급여한 그룹이 급여하지 않은 그룹보다 체중 증가율이 8% 낮았고, 반려견의 지방 축적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신체충실지수(BCS) 증가율도 10% 더 낮았다.

또한 새로운 단백질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유용곤충인 동애등에 유충을 활용, 반려견의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약 10% 감소하는 식품도 개발했다.

   
▲ 국산농산물을 이용한 반려견 비만예방 기능성 식품을 개발한 김기현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농학박사./사진=미디어펜


김기현 동물복지연구팀 농학박사는 반려인의 수입식품 선호 이유에 대해 “프리미엄 식품 등 식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필수 영양성분 함량이 많은 점도 있지만, 국산보다 품질 및 제조과정에 신뢰도 부분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입식품의 다양성과 품질 등에 대한 신뢰도, 높은 브랜드 인지도 등이 국내에서 수입식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반려동물 산업은 사람 산업의 동향을 모방하는 추세로, 사람의 식습관과 관련돼 있는 이슈들이 반려견의 식품 트렌드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려동물 식품에 대한 반려인들의 높은 기대수준에 맞춘 ‘Free from(∼가 포함되지 않은)’, 유기농 원료 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원료로 만든 제품 등과 같은 고가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반려동물 관련 지출 중 식품비용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 전망 및 국내 반려견 식품산업 시장./자료=농촌진흥청 제공

또한, 농경연의 ‘반려동물 식품에 대한 소비자 지불의향에 대한 조사’ 결과, 반려인들은 일반 식품보다 유기농원료를 사용한 식품에 대해 kg당 7253원을, 알러지 물질을 첨가하지 않은 식품에 대해 5868원을,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식품에 대해 2386원을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김 연구사는 “반려동물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반려동물 식품 시장 성장 전망 등을 고려해보면, 기능성 반려동물 식품 시장 또한 성장할 것”이라면서 “확대되는 시장에 대응해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식품개발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선진국의 글로벌 반려동물 식품 기업은 약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와 연구개발(R&D) 데이터 기반의 집약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과학적인 식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면서 “반면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반려동물 식품 개발 역사가 짧고, 영양식품 분야에 대한 기초 R&D는 초창기 단계”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 연구사는 “현재 국내에서는 축적된 연구 데이터 미비로 외국의 자료를 준용하는 수준이며, 글로벌 기업의 노하우 및 자료에 대한 정보접근이 어려워 기술력 확보에 많은 시간과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까지 기초 R&D는 자본이 충분치 않은 중소 규모의 기업차원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면서 “정부의 R&D 지원을 통해, 공공기관 및 대학 등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그 성과를 기업에게 이전해 상용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연구사는 이번에 개발한 반려견 비만예방식품이 반려묘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해 묻자 “아직까지는 반려묘에 대한 식품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지 못했다”라면서도 “현재 건국대학교와 추가 연구진행을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다.

박범영 축산과학원장은 “이번 연구가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복지수준을 높이고, 수입 식품에 대응한 국내 반려동물 식품산업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종복 펫사료협회장은 “반려견의 비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비만 예방 효과를 과학적으로 확인한 식품이 개발돼 반려견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치면서 “기능성 반려동물 식품에 대한 국가차원의 R&D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축산과학원은 식용곤충, 기능성 쌀 등 국내 농산물을 활용해 반려견의 알러지 저감, 면역 증진 등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반려동물 식품 9종을 개발했으며, 5건의 특허출원과 7건의 기술이전을 달성한 바 있고, 이번 R&D 성과를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을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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