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온 원자력 발전 수출 협력 강화 협의를 두고 탈원전 정책과 해외원전 수주 확대는 모순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한미정상회담과 한국의 탄소중립 선언으로 원자력 발전이 '선택지'가 아닌 '필수'라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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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지난 11일 경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1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 참석한 각국의 에너지분야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의 핵심인 원전을 빼고 탄소배출 감축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 각국의 원자력 발전 확대 계획을 밝혔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탄소배출 없이 효율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원자력 발전밖에 없다”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온 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27일 한국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주요 선진국처럼 소형모듈원자로 등 적극적인 원자력 발전 활용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는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전기출력 300MWe 안팎의 소형 원자로로 공장 제작, 현장 조립이 가능해서 차세대 원자력 발전으로 부각되고 있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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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왼쪽부터)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황주호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토론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실제로 주요 선진국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원전 수명 연장·소형모듈원전 투자 등 원자력 발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침을 내걸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원전을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소형모듈 원자로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기존 운영 중인 원전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중국이 지난달 발표한 5개년 계획 역시 오는 2025년까지 원자로 20기를 신규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 및 일본 역시 원자력 발전을 미래 국가 전력공급의 핵심으로 인정하고 탄소중립 정책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주요 선진국들의 정책은 원전 활용 없이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원자력 발전 정책과 대비해 한국은 완공된 원전의 운영 허가가 지연되고 있고신규 원전 건설 승인도 연기하면서 아직도 '탈원전'을 고집하면서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짧은 목표 달성기간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 더욱 저탄소 에너지원이 절실한데 한국의 자연구조상 원전이 아닌 다른 청정에너지로는 대안이 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짧은 달성기간으로 가파른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피해, 경제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한계로 인한 산업계 부담이 산업경쟁력이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소저감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소형모듈원전 등 원자력 발전을 적극 활용해 합리적인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은 중기 감축목표로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의 탄소배출 감축을 국제연합(UN)기후변화사무국에 제출했으나 미흡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결국 원전을 배제한 채 뾰족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해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세운 고집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꼴로 '자승자박'이다.
탈원전이라는 표어를 내건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에 2.8GW급 원전 2기 건설을 발주하는 등 해외 원전 수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향후 미국과 손잡고 더 활발한 원전 수주전을 벌이겠다는 게 이번 한미정상회담 원전 기술협력이다.
탄소중립이 일부 몇몇 국가의 실행만으로 이뤄지는 과제가 아닌 것처럼 원자력 문제 역시 우리나라만 ‘탈원전’을 성공한다고 해서 주변국의 원전 위험이나 멀리 떨어진 국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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