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와 헤리티지 간직한 '럭셔리 컬렉션'에 맞지 않는 신상호텔에 불과...최상급 제품과 브랜드 제공하지만, 숙련된 직원들 턱없이 부족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유서 깊은 궁을 개조한 호텔에서부터 한적한 휴양지의 리조트까지 각 럭셔리 컬렉션 호텔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지가 되며, 현지의 오래된 역사와 풍부한 유산을 디자인과 서비스에 반영해 오직 그 호텔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대부분이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모든 호텔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 조선 팰리스 강남 25층의 그랜드 리셉션./사진=미디어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서 공개한 '럭셔리 컬렉션'의 공식 설명 문구의 일부분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구 신세계조선호텔)가 지난 25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산하 브랜드인 '럭셔리 컬렉션'을 도입,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조선 팰리스, 럭셔리 컬렉션 호텔, 서울 강남'(이하 조선 팰리스)을 오픈했다. 

조선 팰리스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최상급 호텔 브랜드이며,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럭셔리 컬렉션' 브랜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조선 팰리스가 '럭셔리 컬렉션'의 아이덴티티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 세계 약 35개국에 120개 이상의 '럭셔리 컬렉션' 호텔은 대부분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현지의 오래된 역사와 풍부한 유산을 호텔에 반영한다. 


오래된 역사와 풍부한 유산 반영한 '럭셔리 컬렉션'에 맞지 않는 단순 신상호텔 느낌

그러나 조선 팰리스가 들어선 곳은 테헤란로의 신축 건물인 센터필드이다. 조선호텔 측은 조선 팰리스의 바 이름에 '1914라운지앤바' 등 붙여 역사성을 강조하려 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1914년부터 시작한 곳은 현재의 서울 소공동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자리이다. 

게다가 신세계그룹이 삼성그룹에서 독립하고 미국 웨스틴 투자 지분을 완전히 인수해, 호텔사업을 한 것은 1995년이다.

'럭셔리 컬렉션' 브랜드를 달아야 할 곳은 강남의 조선 팰리스가 아닌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자리일 것이다. 

럭셔리 컬렉션은 웅장한 럭셔리를 추구하는 '리츠칼튼', 우아하고 기품 있는 '세인트 레지스'와 맞먹는 메리어트의 최상위 럭셔리호텔 브랜드이다. 

그러나 조선 팰리스가 럭셔리 컬렉션의 철학에 맞는 호텔이기보다 럭셔리급 호텔 브랜드 하나 가져왔을 뿐이라는 평이 많다. 

그래서인지 조선 팰리스는 오픈 초기부터 '럭셔리 컬렉션'에 맞지 않는 불안한 서비스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럭셔리호텔은 화려한 시설과 값비싼 예술작품, 인테리어 뿐 아니라 숙련되고 세심한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럭셔리급 호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오랜 경력의 숙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점이다. 

   
▲ 조선 팰리스 그랜드 마스터스룸 내부./사진=미디어펜

럭셔리호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숙련된 서비스는 아직...노하우 있는 직원 부족 아쉬워

그러나 지난 28일 조선 팰리스에 투숙을 하기 위해 찾았을 때는 매뉴얼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들의 불안한 서비스와 밀려드는 고객들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25층 그랜드리셉션에서는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앉아서 진행하며, 대기하는 고객은 그랜드리셉션에 준비된 소파 좌석에 앉아 여유롭게 다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주말 같은 경우는 대기하는 고객들이 많아 소파 좌석에 앉기 위해 줄을 서야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럭셔리 컬렉션에서 기대할 수 있는 호텔의 헤리티지도 없고, 숙련된 서비스도 부족하고 그냥 서울에 특급 호텔 하나 오픈한 것에 불과해 보였다.   

기자가 투숙한 '그랜드 마스터스'룸은 조선 팰리스에서 나눈 룸 단계의 밑에서 세 번째 룸이다. 이 룸에 투숙하면 콘스탄스에서의 풀뷔페 아침식사와 1914라운지앤바에서의 해피아워, 사우나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단 1914라운지앤바를 이용하더라도 음식이나 주류 등에서 스위트룸 고객과 '차별화'를 뒀다. 

조선 팰리스의 특징은 럭셔리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지향하기 보다는 룸 별로 혜택을 차등화 했다는 점이다. 

   
▲ 조선 팰리스 그랜드 마스터스룸 내부. 몬드리안서울 이태원의 디자인과 유사하다./사진=미디어펜

룸에 들어갔더니 총지배인의 웰컴 레터가 있었다. 그러나 본인의 이름이 아닌, 다른 고객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게다가 프린트로 된 레터였다. 

   
▲ 브라이언백 조선팰리스 총지배인이 룸에 레터를 나뒀으나 다른 고객의 이름이 적혀 있다. 프린트로 된 레터이다./사진=미디어펜

다른 고객 이름의 총지배인 웰컴 레터

해외 럭셔리급 호텔을 가면 총지배인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어렵지 않게 받아 볼 수 있다. 이런 작은 부분에서부터 착오가 발생한다는 점은 아직 럭셔리급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룸 디자인은 험버트 & 포예트라는 해외 디자이너가 맡았지만, 유럽식의 레스케이프호텔과 미국식의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한국적 디자인을 추구한 안다즈서울 강남을 조합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오랜 역사를 디자인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럭셔리 컬렉션의 특성상, 한국적인 디자인을 찾아보려 해도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유럽 궁전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과 컨셥에 더 치중한 느낌이었다.
 
또한 객실 침구브랜드는 이탈리아의 '프레떼', 욕실 어메니티는 스웨덴의 '바이레도',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는 '다이슨', 커피머신은 '네스프레소 버츄오' 등 서울 특급호텔 중에 가장 최상급 브랜드의 제품을 제공하고 있었다.

   
▲ 조선팰리스에서 욕실 어메니티로 제공하는 바이레도 르 슈망 라인/사진=미디어펜

최고급 어메니티 제공하지만, 서비스 부족...납득하기 어려운 고객 차등화

그러나 숙련된 직원들이 부족하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직원들은 최상의 서비스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지만, 마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는 거처럼 어색하고 힘들어 보였다. 호텔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것보다, 우수한 호텔리어를 채용하는데 더 투자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선 팰리스의 직원을 채용 하는 과정에서 호텔업계가 힘들어 휴직하는 호텔리어들이 많아, 낮은 임금으로 직원을 채용하려고 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특히 럭셔리호텔에 맞지 않게 고객을 룸 타입별로 차등화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은 유감이다. 물론 다른 호텔들도 차등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게 합리적으로 납득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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