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따리상 위주 시장 되면서 한국 시내면세점 매력 잃어...중국과 개인고객 대상 매장에 집중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에르메스, 샤넬과 함께 3대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루이비통이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중국 다이궁(보따리상) 위주인 한국 시내면세점 대신 공항과 중국 내 개인고객 대상 매장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청담동의 루이비통 메종 서울./사진=루이비통코리아


4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면세업계 전문지 ‘무디 대빗 리포트’는 루이비통이 새로운 매장 운영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과 홍콩에 있는 시내면세점 매장 대부분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국내 시내면세점의 루이비통 매장은 서울 4곳, 부산 1곳, 제주 2곳 등 총 7곳이다. 

루이비통이 한국 면세점에서의 철수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시내면세점이 중국 다이궁 중심의 시장이 되면서, 한국 시내면세점이 더 이상 한국인 고객들에게 선호되지 않는 채널이 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디 대빗 리포트는 “루이비통의 이 같은 계획은 개별 자유여행객(FIT)에게 초점을 맞추기 위한 전략”이라며 “사드 논란 이후 한국 시내면세점은 다이궁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5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9867억 원 대비 57.8% 증가했다. 이는 중국 다이궁들의 구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 초부터 외국인 구매자들이 출국하기 전까지 여러 번에 걸쳐 구매 면세품을 발송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다회 발송’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다이궁들에게는 한국 시내면세점이 더 매력적인 구매처가 된 것이다. 다만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는 중국 다이궁에게도 인당 2개씩 판매 물품을 제한해 왔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다이궁은 시내면세점 매출의 70%, 공항을 포함한 면세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이 매출 비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브랜드들 입장에서는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다이궁을 상대로 판매하는 것보다는 중국 현지 매장을 더 늘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루이비통은 내년까지 5, 6개의 중국 공항 면세점에 매장을 새로 열 계획이다.

루이비통 철수가 가시화되면 국내 면세점들은 매출뿐 아니라 경쟁력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에르메스, 샤넬 등 다른 주요 명품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면세점은 이들 브랜드를 대체할 만한 브랜드를 매장에 입점 시켜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한국 시장보다 중국 시장에 더 큰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래서 한국 면세점에서 철수하는 대신 중국 면세점과 공항에 더 집중하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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