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최근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기류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저수익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인위적인 구조조정' 수단으로 희망퇴직이 활용돼 왔다면 최근엔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희망퇴직 대상 연령대도 40대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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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제공.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까지 올해 들어 두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신청 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전 직원, 4급 이하 일반직, RS(리테일서비스)직, 무기계약 인력, 관리지원 계약인력 중에서 1972년 이전에 출생한 15년 이상 근속 직원이다. 대상 연령은 '만 49세'까지이며, 퇴직자에게는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월에도 220여 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을 실시한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단기간 내에 또다시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다름 아닌 ‘직원들의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의 희망퇴직 대상 확대 의견이 지속돼 왔으며, 직원들의 니즈와 직원들의 안정적인 제2의 인생 지원을 위해 검토했다"며 "기민하고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고 유연한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이 같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이면에는 디지털 금융혁신에 따른 영업점의 통폐합·축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급증한 데 따른 '몸집 줄이기'가 자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연말연시 '칼바람'과 함께 떠밀려 나가듯 짐을 싸 나가는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은행들이 최대 3년치 임금에 자녀 학자금, 창업 지원금 등으로 수억원대에 달하는 후한 퇴직금을 제시하면서 임원 승진이 어렵다면 조건이 좋을 때 인생 2막의 기회로 삼으려는 직원들이 늘었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상 연령도 40대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 1월 800여 명에 달하는 희망퇴직을 실시한 KB국민은행도 퇴직 대상자에 40대를 포함시켰다. 실제 지난해 1964~1967년생이던 희망퇴직 대상을 올해는 1965~1973년생으로 확대해 만 48~49세도 희망퇴직을 받았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이 과거와 사뭇 달라졌음을 피부로 많이 느낀다. 최근 이뤄지는 희망퇴직은 사측의 강압보다는 100%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결정된다"며 "승진이 어렵다면 은행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할 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인생 2막에 도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낫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