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기준 강화·조합원 지위양도 제한·도시재생 구역 한정·협치 불협화음 등 곳곳 '지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제1 공약인 주택 공급이 심상치 않다. 스피드 공급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곳곳에 지뢰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4월 보궐선거 당시 최대한 신속하게 공급에 힘쓰겠다고 밝혔으나 정부의 안전진단 장벽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도시재생구역의 제한, 중앙정부와의 협치 문제에 맞부딪혔다.

우선 노후 대단지들이 정부의 안전진단에 막혀 정비계획 수립조차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8년 주거환경 비중을 15%로 줄이고 구조안정성을 50%로 늘리면서 재건축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 기준을 강화해 구조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통과하지 못하게 됐다.

실제로 서울 양천구 목동 9, 11단지 및 강동구 고덕주공 9단지까지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때문에 재건축이 막혔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방안에 대해 지난 9일 "추후 협의해 나가겠다"고만 밝혀 더 불투명해졌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6월 7일 영등포구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안전진단에서 통과되어도 문제다. 지난 9일 서울시와 국토부가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앞당기기로 결정하면서, 재건축 거래가 향후 끊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합원 지위 양도'는 재건축 재개발에 있어서 사고 파는 거래 행위를 말한다. 문제는 이 거래 제한 시기를 재건축의 경우 '안전진단', 재개발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 시점으로 앞당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실수요자가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더라도 입주권을 받지 못하게 된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부 지역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기준일을 정하게 되어, 정비구역 지정된 사업지 중 서울시장이 별도로 지정한 경우 제한 시점이 앞당겨져서 거래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 재건축 재개발을 추진하려는 단지에 거래 제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말이다. 실제로 시와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투기 우려 등이 심할 경우 도시계획위를 열어 (거래 제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상 지역의 주택 소유자들이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재건축을 추진하던 단지 다수에 내분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문제는 지난 18일 서울시가 기존 '보존' 위주의 도시재생 패러다임을 '개발'에 초점 맞추어 2026년까지 2만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나선 계획의 실행 가능성이다.

이는 재건축과 함께 주택 공급을 늘리는 묘수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발표로 구로구 가리봉동 및 성북구 장위동 등 도시재생구역 32곳에서 민간 재개발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구역 지정이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재생 공공사업이 완료된 소수의 지역을 중심으로 민간 재개발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시적으로는 시와 국토부의 협치 문제가 떠오른다.

시와 국토부 모두 주택 공급의 중요도에 대해 동의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추진 방법론에서 입장이 다르다. 양측 협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이 제안했던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에 대해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1일 본보 취재에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관련해 "제도 본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와 국토부는 시장 안정세를 면밀히 고려해 추가 협의한다는 입장이 같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이 우선이다. 주택시장 안정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 또한 이날 본보 취재에 "투기수요 거래자까지 보호할 명분이 없다"며 "실소유 조합원의 권익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불가피한 경우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상 부지에 따라 관계기관 협의 진척도가 다르다"며 "말 그대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지만 주택 공급 전체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범위 내에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시와 국토부 차원에서 정책실무협의회를 여러 차례 갖고 있다"며 "이제 막 조율을 시작한 단계다. 믿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주택정책실 격상 등 공급 확대 추진을 위한 조직개편안이 지난 15일 서울시의회에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오는 7월 초 정기인사를 통해 오 시장은 조직개편에 따른 실무 진용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떤 주택 정책을 펼쳐 스피드 공급이라는 본인의 공약을 지킬지 주목된다. 주택 사업은 향후 30~40년 서울시 삶의 질을 좌우하는 주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