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이용자보호' 중심에 놓고 논의 시작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업비트‧빗썸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무더기 상폐’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현행 신고제에서 인가제 혹은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연합뉴스


24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등록·인가제’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유동수 의원은 지난 23일 “미국이나 일본은 사실상 등록제로 인가제에 준하는 법을 갖췄다”면서 “저희(우리나라)도 그런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 금액이 23조원에 이르는 만큼 이용자 보호를 위해 촘촘한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첫 번째 회의를 개최한 TF는 거래소 등록·인가제뿐 아니라 가상자산을 이용한 유사 수신행위 같은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연일 기존 주식시장 못지 않게 큰 화제를 만들고 있다. 국내 최대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암호화폐 25개 중 24개를 상장 폐지한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국내 이용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기존에도 거래소인 업비트가 가상자산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그 심사의 기준이나 맥락이 지나치게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던 터다. 그러던 중에 이번엔 상장 폐지에 있어서도 ‘과하게 독단적’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이번에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가상자산을 발행한 측에서는 업비트에 대한 소송을 예고하는 등 관련 사안에 대한 잡음은 당분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본격적으로 규제 당국의 영향력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동안 정리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마찰이 일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당국으로부터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 받는 부분은 거래소들의 존폐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 사안이다. 이번 ‘잡코인 무더기 상장폐지’ 역시 은행 실명계좌를 얻어 무난하게 제도권으로 편입되기 위한 통과의례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국회의원들은 가상자산 시장을 견제하거나, 적어도 관리의 시야 안에 두는 법안들을 발의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제기된 인가‧등록제 또한 그 맥락에서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7일 일명 ‘가상자산업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자금세탁·시세조종 등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소가 금융위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등 현행 신고제를 ‘인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상 거래소들은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달 18일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안’을 대표 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일정 요건을 갖춘 가상자산 사업자에 한해 등록·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거래소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 법안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작년 6월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는 취지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이 어느 정도 규제를 받는 것으로 결정되는지에 따라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발 규제 이슈가 추가되는 형국”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국내에서 발행된 코인 등으로 제한될 것이나 신규 투자자 유입에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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