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지적에 공모가‧주식수↓…"흥행 가능성 여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하반기 신규상장(IPO) 시장 최대어 중 하나인 크래프톤이 금융감독원 요구에 공모가를 하향 조정했다. 공모주식수와 시가총액도 모두 줄였고, 청약 관련 일정도 불가피하게 지연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감독원의 이번 정정 요구가 차후 IPO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 크래프톤이 제작한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사진=크래프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이 금융당국의 요구에 결국 지난 1일 공모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번에 크래프톤이 제출한 기재정정 내용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공모 희망가는 40만원에서 49만 8000원 사이로 제시됐다. 이는 기존 45만 8000원~55만 7000원 사이였던 희망가에서 10% 이상 떨어진 수치다.

공모주식 숫자도 1006만 230주에서 865만 4230주로 줄었다. 공모 예정금액은 3조 4617억원에서 4조 3098억원 사이로 정해졌다. 당초 크래프톤이 제출했던 신고서를 기반으로 공모가를 산출할 경우 공모액은 4조 6000억원대에서 5조 6000억원대까지 올라갈 전망이었다. 

이는 기존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규모인 지난 2010년 삼성생명의 4조 8881억원을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에 업계의 큰 화제가 된바 있다. 그러나 정정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신기록이 달성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청약 관련 일정도 연기됐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오는 14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며, 일반 청약은 내달 2일부터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공모가액을 비롯한 ‘양적’ 측면만이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이번 정정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 크래프톤은 이번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공모가 산정 기준으로 삼았던 ‘비교대상 기업’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앞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국내 게임사 7곳과 함께 글로벌 콘텐츠 업체인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을 포함시켜 많은 시선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디즈니 등과 크래프톤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거대기업들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공모가액을 부풀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크래프톤은 이번 정정 과정에서 비교 그룹을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4개 기업으로 수정했다. 이들은 모두 국내 상장된 주요 게임업체로, 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은 물론 일렉트로닉 아츠(EA) 등 세계적인 게임 기업들도 비교대상에서 제외됐다. 

핵심적인 부분들이 수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결정이 IPO 시장에 주는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몸값을 낮췄어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워낙 크고, 정정된 내용이 더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도 “몸값을 낮췄어도 크래프톤이 국내 주식시장의 새로운 ‘게임 대장주’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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