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막식 참석 및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한일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매체들은 11일 일본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측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했다”고 밝히고, “1인당 원칙적으로 15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외교부는 같은 날 “양국 외교당국간 협의 내용이 일방적으로 유출되는 상황에서 협의가 지속되기 어렵다. 일본측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히며 발끈했다.
지난 7일 청와대는 이미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성과가 예견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도 이날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검토해왔다”고 밝히면서도 “양국간 현안 해결의 모멘텀이 마련되고, 적절한 격식이 갖춰진다는 전제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한일 당국은 정상회담 개최를 수용한 상황이지만 의제는 물론 형식을 놓고도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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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외교부는 이번에 일본측에 신중한 대응을 촉구하면서 “우리정부는 일본이 2019년 7월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과 과거사 문제 관련 한일 외교당국간 대화를 통해 협의해나가자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닛케이가 일본정부의 ‘15분 정상회담’ 입장을 전하면서 언급한 “강제징용 배상판결, 위안부 소송 등의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줄 전망이 없을 경우 단시간에 회담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한 것과 차이가 있다.
우리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간 한차례 정상회담으로 양국의 오랜 갈등을 해결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관계 정상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양국 현안 중 가장 최근에 발생한 수출규제 문제부터 해결해서 물꼬를 트자는 입장이다. 이 밖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일본군 위안부 배상 및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이 남아 있다.
23일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개막식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청와대는 이번주 안에 일정과 의제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1일 페이스북에 “한일 샅바싸움은 씨름을 하기 위한 것이다. 씨름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샅바싸움은 없다”고 적었다. 하지만 일본은 양국간 협상을 본격화하기 전 이미 ‘형식적인 정상회담’으로 기울어져 있다.
일본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추진됐던 한일 정상회담을 막판에 거부했으니까 이번엔 문 대통령이 일본까지 찾아온다면 마지못해 만나준다는 느낌이다. 교도통신은 11일 총리관저 소식통을 인용해 “역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지만 뭔가를 협의·교섭하는 자리는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올 가을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상처만 가득한 도쿄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스가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 공을 들일 이유가 없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극우 세력의 지지를 계승한 스가 정권이 끝까지 한국과 각을 세우는 것이 선거에서 그나마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일 정상회담 무산 책임을 한국에 돌리려는 스가 총리의 계산법이 더해지면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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