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의 소통 '생존 필수요소' 부각
[미디어펜=백지현 기자]국내 금융지주 수장들이 하반기 경영전략 핵심 키워드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1~2010년생)'꼽고, 이들을 중심으로 한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금융지주들은 업권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면서 금융업권에 진출한 빅테크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빅테크의 거센 공세 속에서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디지털 세대 주역인 MZ세대와의 소통이 '생존의 필수요소'라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분석된다.

   
▲ (왼쪽부터)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사진=각 사 제공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9일 윤종규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이사 및 임원 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대면 방식으로 '2021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인도네시아, 중국, 캄보디아 등 해외법인에 근무 중인 경영진들도 참석했다.

윤 회장은 "과거 영광을 누렸던 거대 기업 중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사라진 사례가 많다"며 "디지털 시대 주역인 MZ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혜택·편의·즐거움을 제공하는 '넘버원 금융플랫폼'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또 리딩금융그룹에 대해 높아진 기대치를 언급하며 "환경과 사회, 주주 및 고객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ESG경영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고객의 행복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그룹의 미션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 나가자"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이날 비대면으로 진행된 경영전략회의에서 핵심 경영 키워드로 '속도'와 'MZ세대를 위한 새로운 기업문화 정착'을 꼽았다. 이날 회의에는 MZ세대 대표직원 등 임직원 600여명이 참여했다.

손 회장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디지털 혁신의 가속화로 모든 생활 양식이 급변하고, 시장 예측이 불가능해졌다"며 "하반기 우리금융그룹이 모든 사업에서 최고의 속도를 내고, 획기적 전략으로 시장의 판을 흔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Z세대는 이제 그룹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이끄는 주축세대인 만큼,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 것"을 주문했다.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7일 신한문화포럼에서 MZ세대 직원들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열린 환경 아래서 '신한문화를 재창조(RE:BOOT)'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고 '일류(一流)신한'을 위한 신한 문화의 발전 방향을 위해 신한문화포럼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번 포럼의 슬로건은 과거의 다른 디지털 일류 그룹으로 새롭게 재가동한다는 의미에서 'RE:BOOT 신한'으로 정했다.

조 회장은 "'일류(一流)신한'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신한문화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며 "고객중심의 초심, 직원의 창의성과 주도성, 미래를 향한 과감한 도전, 사회적 가치 창조를 위한 업의 한계 초월 등 신한문화의 핵심이 되는 가치를 Reload(재적재)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대한 성공의 키는 리더들이 쥐고 있으며, 리더들이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갖추고 적재적소에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 조직의 스피드를 초가속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회장은 "리더들은 중간관리자들이 리더와 MZ세대를 연결하고 창의성과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과 역할을 재설계해 줘야 한다"며 "최신 트렌드로 무장한 MZ세대 직원들이 창의성과 주도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리더들이 열린 환경을 만들어야 신한이 새롭게 바뀌는 RE:BOOT 신한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이달 하순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개최할 예정으로 '플랫폼 금융'을 추진과제로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금융의 변곡점으로 생존과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금융 플랫폼'을 꼽으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사용자들이 몰리면 몰릴수록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먼저 플랫폼을 선점하는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가 형성된다"며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하나금융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