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TSMC, 과감한 결단 미래 반도체 속도전 승부수
“삼성, 장기적 안목 투자 필요…총수 부재 아쉬운 상황”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 반도체의 성장전략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들이 과감한 인수합병(M&A)과 투자를 추진하는 데 비해 삼성의 속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다. 총수 부재가 길어지면서 의사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2016년 11월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후 대규모 M&A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대내외 불확실 상황으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이번 정책기간 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사업장에서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기술 기업들이 물망에 오르내렸지만 6개월여가 지나도록 구체적 윤곽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사이 경쟁기업들은 미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시장이 들끓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 중이고, 인수시 300억달러(약34조2600억원) 규모의 거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파운드리 측은 인텔과 협상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인텔의 인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는 삼성전자에게 장기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3위로 도약한다.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가 55%로 1위다. 삼성전자(17%), 글로벌 파운드리(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해도 기술 격차를 고려하면 당장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가 5나노, 3나노 선단공정에서 경쟁하는 데 비해 글로벌 파운드리는 12~14나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지난 3월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200억달러(22조6600억원)를 투자해 2개의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한 바 있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UP) 등 선도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기업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TSMC,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예상보다 빠르게 좁힐 가능성이 있다.

파운드리 최강자 TSMC는 일본에 반도체 공장 신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아사히 신문 등은 TSMC가 일본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된 자리에서 처음 인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TSMC는 미국에서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을 총 6개 라인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TSMC 애리조나 라인 투자비만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4월에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투입하겠다는 장기 투자계획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돌다리를 두드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원)를 들여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공식화했다. 같은달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는 기존 133조원에 38조원을 추가,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있을 때 큰 틀이 잡힌 프로젝트다. 이 부회장 부재 이후 사실상 신규 투자와 M&A 추진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삼성전자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압축성장에 필요한 M&A,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대규모 투자 모두 총수 없이 전문경영인들이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은 (M&A와 대규모 투자 등의)큰 리스크를 전문경영인들이 지기 어려운 구조다. 그런 부분은 총수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라며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 집중하고 있지만, 치고 나가는 모습이 부족하다.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 결정을 해야 하는데 총수 부재가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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