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리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영역 고도화…시장 확대 방안 논의
올해만 3번째 …빠른 속도로 회복중인 미국시장 대응 전략 마련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채질개선을 위해 잇단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도 올해 들어 세 번째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정의선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투자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백신 접종 확대에 힘입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미국 시장 판매 전략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16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전용기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 6월 미국 동부 보스턴 등을 방문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이뤄진 미국행이다. 4월 미국 서부 출장까지 포함하면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길에 회사 내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R&D), 전략 분야 고위 관계자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해외 경쟁사들이 미국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사업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절실함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미국 내 전기차 현지 생산과 생산 설비 확충을 비롯해 수소,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5년간 총 74억달러(한화 8조1417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은 지난해 3월 현지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Aptiv)와 함께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방문 당시 모셔널을 방문해 모셔널이 개발 중인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을 적용한 아이오닉5를 직접 테스트하고 로보택시 추진 계획을 점검한 바 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모셔널이 개발 중인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을 적용한 아이오닉 5를 직접 테스트하는 등 양사 간 협업 프로젝트도 점검했다. 아이오닉5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로, 모셔널이 그동안 축적한 모든 자율주행 기술을 집약한 모델이다.

이와 함께 모셔널의 자율주행 핵심 기술개발 역할을 맡고 있는 모셔널 피츠버그 거점을 찾아 자율주행 차량 설계 및 개조 시설과 인프라를 점검하고 연구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5대 5 비율로 지분 투자해 설립됐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연결성과 경제성을 갖춘 미래 모빌리티를 제공하겠다는 현대차그룹과 앱티브 공동의 목표 실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설계, 개발, 제조 역량과 모셔널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결합, 로보택시 및 차량 공유 서비스기업과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차량개발 단계부터 자율주행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형태를 갖춰 보다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어느 한 쪽이 리드하지 않는 중립적인 기술 전문 기업으로,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 가능한 협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모셔널은 △최초의 완전자율주행차 미 대륙 횡단(2015년) △세계 최초의 로보택시 시범사업(싱가포르, 2016년) △세계 최대 규모의 일반인 대상 로보택시 서비스 상용화(라스베이거스, 2018년~현재) 등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선도해 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치고 있는 로보택시 서비스는 10만회 이상 탑승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미 네바다주에서 업계 최초로 무인 자율주행 테스트 면허를 획득했으며, 오는 2023년에는 리프트(Lyft)와 함께 무인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모셔널은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에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을 적용, 현재 미국 시험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및 모셔널 엔지니어들이 관련 기술을 보다 고도화한 뒤 리프트와 추진 중인 로보택시 상용화 서비스에 투입한다.

아이오닉5를 활용한 로보택시 서비스는 최근 모빌리티 트렌드의 두 축인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을 융합한 것으로, 미래 이동성 혁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셔널은 피츠버그, 라스베이거스, 산타모니카,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서울에도 거점을 추가로 개소했다. 서울 거점은 또 하나의 핵심 기술 허브(Hub)이자 자율주행기술 테스트 역할을 맡게 된다.

이 밖에 새로운 미래먹거리중 하나인 로보틱스 사업은 지난달 인수를 완료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1992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사내 벤처로 시작, 현재는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인지·제어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정의선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리는 미래도시를 구현해 놓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UAM, PBV, Hub의 축소 모형물. /사진=현대차 제공


2004년 운송용 로봇 '빅 도그(Big Dog)'를 시작으로, 그동안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선보인 로봇들은 다양한 동작을 정밀하게 구현해 내면서 글로벌 로봇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와 공동 개발한 화성 탐사용 로봇 'Au스팟'을 공개했다.

'Au스팟'은 지하로 걸어 내려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 화성의 거친 지형 탐사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인공지능 학습 기능으로 장애물과 탐사 가치가 있는 지형을 식별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자동화 로봇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를 핵심 미래 사업 분야로 육성해 고객에게 한 차원 높은 경험과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그룹 내 자체 로봇 개발 역량 향상은 물론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도 적극 도모할 계획이다.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과 로봇을 활용한 재난 구조 등 공공 영역에서의 역할도 기대를 모은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최된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에는 로봇이 사람 곁에서 상시 도움을 주는 비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로봇이 알아서 충전하고 스케쥴 관리를 수행하는 동안 사람은 좀더 생산적인,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의선 회장의 이번 출장에서는 또 하나의 중요사안은 시장점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판매 전략의 점검이 중요해 졌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은 백신 접종 확대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위축됐던 대기수요가 몰리며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도 미국에서 역대 최고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앞으로 시장 회복 효과를 극대화할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기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기아 미국법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지 판매는 총 37만8511대에 달해, 미국 진출 이래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아의 미국판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불거진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43.7%나 증가했다. 셀토스와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호실적을 주도했다.

현대차 역시 올 상반기에 월별 최대판매 기록을 바꿔쓰는 등 선전 중이다. 특히 한미 FTA 개정안에 따라 수출길이 막혔던 픽업트럭을 '현지생산 현지판매' 전략으로 수정해 대응한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세단에 집중했던 북미 전략을 SUV에 이어 픽업트럭까지 확대한 셈이다. 싼타크루즈는 현대차가 4세대 준중형 SUV 투싼을 바탕으로 개발한 최초의 픽업트럭이다.

이처럼 새로운 글로벌 핵심시장으로 미국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급증하는 수요회복에 대처할 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부족현상이 커지고 있는 실정에서 선택과 집중에도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등이 미국시장에 대처하는 현대차그룹의 큰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어떤 기업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며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채워나가는 전략은 전 산업 분야, 고객들의 모든 삶의 영역에 현대차그룹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