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여야의 차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이를 관리하는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여야의 양상은 다르지만 결국 경선 유불리는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라는 시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가 당내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편향됐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으로 연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 지사에 이어 지지율 2,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가 요구한 ‘경선후보 검증단’ 설치 문제로 논란이 확산됐다.
1위 주자인 이 지사의 음주운전 전과가 한 번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당내 별도 검증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송 대표 등 지도부는 ‘게임을 룰’을 중도에 바꿀 수는 없다면서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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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 12일 오후 여의도 한정식집에서 회동을 가졌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송 대표는 지난 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증단 설치에 대해 “소송 진행 중에 소송 요건을 심사하자는 것과 비슷하다”며 “당에서 중간에 개입하면 되겠느냐”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강훈식 대선기획단장도 “당헌·당규상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은 검증위원회를 통해 (공천이)된 분들”이라며 “별도의 검증단은 필요 없다. 지도부도 이런 뜻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것은 앞으로도 두고 두고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런 오해나 의심을 받지 않는 것이 향후를 위해서 좋을 것이란 점을 지도부한테 꼭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이 지사의 음주운전 논란과 관련해 “해명의 년도가 달랐다. 벌금 처분 받은 것이 1년 빠른 것으로 돼 있다. 그러다 요즈음에 그 일이 생겼다는 년도를 다시 바꾸고 있어서 이상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 측 대변인 장경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 지도부가 후보 검증단 설치 요구에 난색을 표명했다”면서 “당 지도부 태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얼굴이 될 대통령 선거에서 당 차원 검증단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검증단 설치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종 판단을 지도부에게 넘겼다. 이에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증단 설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 등 지지율 상위권 주자들이 당 경선 이벤트에 불참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검증단장 인사를 두고서는 윤 전 총장 측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국민의힘은 5일 국회에서 ‘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당내 주자들의 주목도를 높이고 경선 흥행을 노린다는 취지에서 매주 정례화시킨 회의지만 윤 전 총장, 최 전 감사원장, 홍 의원 등이 불참하면서 ‘반쪽짜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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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부터),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사진=박민규 기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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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부터),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사진=박민규 기자, 연합뉴스 |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휴가를, 최 전 원장은 지역 순회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지만 사실상 대선 주자들과 당 대표 사이의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들은 전날에도 이 대표가 직접 기획한 서울 용산구 쪽방촌 봉사활동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 대표와 대선주자가 함께하는 첫 이벤트에서 ‘빅3’ 주자가 모두 빠지면서 ‘이준석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유력 주자들의 행사 불참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일부 후보 캠프가 익명으로 각자 개인이 더 나은 시간을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는데, 당 공식 일정에 참석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도 지난 5일 "특별한 이유 없이 이렇게 빠진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위원장으로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고, 안상수 전 의원은 “후보들이 당을 개무시하고 있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 검증을 위한 검증단장에 '윤석열 저격수'로 불리는 김진태 전 의원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서는 윤 전 총장 측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간질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논란의 확산을 차단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8월 경선버스 출발을 앞두고 지도부와 주자 간 본격적인 신경전이 시작됐다”면서 “선두주자는 보다 유리한 경선 룰을 위해 지도부를 압박하는 것이고, 후발주자는 이를 견제하면서 대립관계를 만들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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