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13일 프로야구 경기에서 3명의 투수에게 관심이 쏠렸다. 도쿄올림픽 대표로 출전했던 투수 3명이 선발 등판했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6), 한화 이글스 김민우(26), 두산 베어스 최원준(27)이었다.

소속팀에서 신예 에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이들이 같이 올림픽을 다녀와 같은 날 나란히 선발로 나섰는데, 희비가 갈렸다. 박세웅만 활짝 웃고, 김민우와 최원준은 제 몫을 못해 쓴맛을 다셨다.

롯데 박세웅은 LG 트윈스와 잠실 원정경기에서 마운드를 지배했다. 8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내줬고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던 박세웅이 첫 타자 홍창기를 볼넷으로 출루시키지만 않았다면 완봉승도 노려볼 만했다. 박세웅은 마무리 김원중에게 마운드를 념겼고 롯데는 2-0 승리를 따냈다. 전날까지 4연승을 달리며 1위로 올라섰던 LG의 상승세 분위기가 박세웅을 만나 한풀 꺾였다.

   
▲ 사직=각 구단


한화 김민우는 NC 다이노스와 대전 홈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3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3실점하고 4회를 못 마친 채 조기 강판했다. 한화는 김민우가 내준 점수를 만회하지 못하고 1-5로 졌다. 시즌 9승을 올리고 있던 김민우는 10승 달성에 실패하면서 6패째를 안았다.

두산 최원준은 고척돔 원정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고전했다. 3⅓이닝 4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6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두산이 타선 대폭발로 16-9로 이겨 최원준은 승패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7-2로 앞선 4회말 수비 실책에 흔들리며 실점하고 일쪽 교체돼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기 7승(1패)을 올리며 평균자책점 2.80으로 짠물 피칭을 하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 경기 결과일 뿐이지만 세 투수가 올림픽 직후 등판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볼 때 올림픽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셋 다 팀에서는 확실한 선발 요원이지만 도쿄올림픽에서의 역할은 각자 달랐다.

박세웅은 올림픽 대표팀에서 중간계투로 나섰다. 그것도 주로 뒤지는 경기에서, 불펜 패전조 역할을 맡았다. 그래도 박세웅은 씩씩한 피칭을 했고, 4경기에서 3⅔이닝을 던져 1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결정전에서는 역전의 발판을 놓는 호투를 펼쳤는데, 오승환의 8회 역전 허용이 없었다면 박세웅은 동메달의 주역 중 한 명이 됐을 것이다.

한국이 동메달도 못따는 참담한 성적을 내고 돌아온 가운데도 박세웅은 비록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제 몫을 충실히 했다.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공이 통한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이런 점들이 LG전 호투의 원동력이 됐을 수 있다.

김민우는 올림픽에서 선발로 두 차례나 등판하며 큰 책임을 떠안았다. 조별리그 미국전에서는 불펜으로 1⅔이닝 무실점으로 몸을 푼 후 이스라엘과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선발 4⅓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믿음을 줬던 김민우는 정작 중요했던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결정전에서는 선발 중책을 맡아 1회도 못 버티고 홈런 두 방을 맞으며 ⅓이닝 4실점하고 초고속 강판했다. 

이후 한국이 역전까지 했다가 다시 경기가 뒤집히는 바람에 동메달을 놓쳤는데, 김민우만 선발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줬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씁쓸한 기억을 안고 후반기 첫 등판한 김민우는 전반기와 같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패전투수가 됐다.

최원준은 올림픽에서 불펜 승리조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칼날 제구를 자랑하던 최원준이 올림픽에서는 크게 흔들렸다. 긴 이닝을 소화해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3경기 등판에서 3⅓이닝밖에 못 던졌고 3실점해 평균자책점이 8.10이나 됐다.

최원준 역시 후반기 첫 등판 키움전에서 평소와 달리 흔들린 것을 보면 올림픽에서의 부진이 마음에 남아 있거나 컨디션 조절이 잘 안된 듯했다.

각 팀의 자랑인 세 투수가 정말 올림픽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 다음 등판을 지켜보면 좀더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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