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밴드 상단, ‘오버슈팅’ 레벨” vs “미 달러화 가치 반등 조짐"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 미국 달러 당 118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보다 7.3원 치솟아, 달러당 1176.3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해 9월 15일 1179.0원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장중 한때 1179.0원까지 올랐다.

18일도 오전 9시 23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3원 오른 달러당 1178.6원이었다.

최근 1주일 동안 미 달러화 대비 1.5% 이상 절하된 통화는 원화가 유일하다.

   
▲ 금융시장/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우려가 제기되면서,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 선호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와 원.달러 환율의 추이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로, 백신 접종속도가 더디다는 점은 원화 약세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경제지표가 요즘 부진했고,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정권 장악 등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임박 가능성 등도 달러화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세는 원화 약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오는 4분기 D램 가격 하락 전망에 따른 반도체 업황의 '다운 사이클' 우려 심화에 따른 외국인 매도는, '역송금 수요'로 달러 매수 우위 현상을 초래했다.

향후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 엇갈리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마이크론 등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와 비교해, 원화 약세 폭이 유독 큰 점은 주식 수급과 연동돼 업황 둔화 우려를 '다소 강하게' 반영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상황도 지난해 2차 및 3차 대유행 때처럼 확진자 수가 진정될 경우, 원.달러 환율 레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권 연구원은 "주요 리스크 지표 추이, 여타 신흥국 통화 흐름을 보더라도, 원화의 '나홀로 약세'를 신흥국 통화의 '추세적 전조'로 보기 어렵다"면서 "1180원은 당사가 제시한 '연간 밴드의 상단 수준"이며, 현 레벨은 반도체 경기와 국내 주식 수급, 코로나19 확산세를 모두 반영한 '오버 슈팅 레벨'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1년 들어, 예상과 달리 '미 달러화 가치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예상보다 가파른 미국 경제 개선 탄력 및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빨라지며, 달러화는 바닥 국면에서 반등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런 달러 강세 기대감과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강화가, 환율 급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오 연구원은 "연내 테이퍼링 결정 가능성, '바이드노믹스'에 따른 미국 경제 호황 전망은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요인"이라며 "미국의 상대적으로 빠른 통화긴축 기조에 따른 미국-유럽 금리차 확대 예상,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기조 및 무역수지 측자 축소 등도 수급 측면에서 원화 약세요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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