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
지난 연말 이후 코스닥 지수는 코스피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여왔다. 유사한 시기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주가 가치주 대비 강세를 보인 것을 참고하면, 상대강도 발생 원인은 대외 요인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소형주는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거나 안전자산이 선호되는 국면에서 대형주의 대안 투자 수단으로서 매력을 가진다. 경기나 리스크 수준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외변수 악화를 초래했던 요인들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최근 코스피 대비 코스닥 지수의 상대적 강세 흐름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 코스닥 시장은 기본적으로 성장주의 성격을 지니며,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는 국면에서 코스피 대비 프리미엄을 얻게 된다. 통계적으로도 코스닥·코스피 상대강도와 경기 모멘텀 지수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형성한다.

코스피 대비 코스닥 또는 가치주 대비 성장주의 상대적 강세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빠르게 둔화되기 시작한 11월 그 강도가 뚜렷해졌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성장 매력을 가진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를 견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국 경기 부양 기조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모멘텀은 강화되는 모습이다. ECB의 1.14조 유로 규모 국채매입 발표 후 유로존 심리 지표들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국제유가 하락은 주요국 소비 지표 회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기 모멘텀의 변화 시점은 최근 코스닥·코스피의 상대 강도 둔화 시기와도 일치한다.

두 번째, 코스닥 시장은 시가총액에서 외국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11%)이 코스피(34%) 대비 작아, 대외 충격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모습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코스닥·코스피의 상대 강도는 글로벌 리스크 지표와 높은 정의 상관관계(리스크 상승 시 코스닥 상대 강세)에 있다.

미국 조기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작년 9월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수준은 빠르게 상승해왔다.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불가 결정으로 국제유가 하락세가 심화되고, 이로 인해 러시아 루블화가 급등하는 등 산유국 재정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11월에는 2007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상승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일반적으로 반대의 방향성을 보이는 금과 달러 지수, 엔화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모멘텀 둔화와 맞물려 코스닥·코스피의 상대 강도는 뚜렷해졌다.

그러나 가파른 하락세가 지속되던 국제유가는 최근 의미있는 추세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듯 미국 최대 원유 관련 펀드인 USO(United States Oil Fund)의 자금 유입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스 우려의 경우, 치프라스 총리가 이번달(28일) 종료되는 구제금융 연장 불가 방침을 밝힘에 따라 여전한 불안 요소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2년과 달리 시스템 우려로 확산되지 않고(주변국 국채금리 및 유로존 시스템 리스크 지수 안정)있으며,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최근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10년 국채 가격이 하락 반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세 번째, 변화는 내부에도 있다. 11분기 연속 이어진 어닝쇼크로 인해 기업 실적전망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대형주 실적 시즌 도래에 따른 부담 역시 코스닥 지수의 상대적 강세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익 성장에 대한 의심이 형성 될 경우 대안적으로 개별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 향후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는 추가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뉴시스
그러나 이번 4분기 실적시즌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형주 이익사이클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익사이클 개선은 올해 3분기까지 지속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형주의 상대적 소외를 야기했던 디스카운트 요인이 경감 될 수 있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 지표도 코스닥 지수의 상대적 강세 흐름에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현재 코스닥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10년 평균 대비 35% 이상 할증되어 있는 상태이며,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는 22% 이상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기존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를 야기했던 1)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고, 2)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던 리스크 관련 지표에서 변화가 발생, 3) 4분기 실적시즌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대형주 이익사이클 개선이 확인, 4) 코스닥 지수의 밸류에이션 지표가 장기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 할 때,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는 추가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글/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