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10조원' 증권사 등장…수익구조도 '다변화'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기록적인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래에셋증권이 업계 최초로 ‘자기자본 10조원’ 시대를 개막했음은 물론, 기존 대형 증권사들 다수가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키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의 약진에도 많은 시선이 쏠린다.

   
▲ 사진=연합뉴스


20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 행진을 달리고 있는 증권사들이 계속해서 ‘덩치’를 키우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들어 업계 최초로 자기자본 10조원 시대를 열어 젖혔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 진출을 가시권에 넣으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보장 의무를 지고 고객 예탁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통합계좌를 뜻한다. 

사실상 증권사가 은행과 같은 수신 기능을 하게 되는 셈이라, 고객과의 접점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IMA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8조원’이라는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미래에셋증권만이 유일하게 조건을 충족한 상황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긴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등 국내 증권사 4곳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에 미래에셋증권이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나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상반기에만 연결기준 8534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최고의 성과를 냈다. NH투자증권 역시 같은 기간 7674억원의 영업익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3744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상반기에만 각각 7556억원, 7033억원의 영업익을 시현해, 사실상 ‘영업이익 1조 클럽’ 입성을 확정 지은 상태다.

단순히 양적 성장만이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대형 증권사들의 수익구조는 한층 다양해졌다. 거래대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상황에서 탈피해, 투자은행(IB) 부문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올해 2분기 실적 비중을 보면 수탁수수료 수익(30.5%) 비중과 운용수익(30.5%) IB수수료(14.4%) 이자수익(14.4%)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10.2%) 등이 고르게 기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삼성증권 역시 리테일(30%), IB(14%), 세일스앤트레이딩(S&T)(15%) 등의 부문이 고르게 분포한 편이다.

대형사들이 양적‧질적 측면의 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의 약진도 돋보인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4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덩치 싸움’에 합류했다. 이로써 하나금투 또한 ‘자기자본 5조원’ 시대를 열었다.

국내 주식투자 열풍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히는 키움증권의 경우도, 지난 6월 44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RCPS) 발행에 나섰다. 유상증자 후 자본금은 3조 1700억원으로 늘어났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했다.

키움증권이 가까운 시일 내에 종투사로 지정되면, 뚜렷한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대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증권업계 경쟁구도를 더욱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키움증권의 자본증가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하반기 이자이익과 IB수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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