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고임금‧다인력 구조 못 고치면 도태 불가피
협상가능 실마리…미래 일자리 보존 중요성↑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기본급 인상과 함께 보다 낳은 일자리를 위해 강경대응도 불사하겠다며 하투를 준비하던 국내 완성차 업계 노동조합들이 추석전 임단협 타결을 위해 회사측과 머리를 맞댔다. 

국내 완성차 노동조합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고임금·저생산의 고질 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 로봇이 차를 조힙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름휴가 복귀이후 조업에 들어간 완성차 업체들은 임단협과 관련해 특별한 변화 없던 완성차 업계 노동조합들이 지난주를 기점으로 협상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휴가 복귀 이후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당초 기아와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는 교섭 일정을 잡고 임금인상안에 대한 노사간 이견을 조율할 예정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여름휴가 전 교섭 타결에 성공했고,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 체제 하에서 자구안의 일환으로 교섭 없이 올해 임금‧복지 조건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했다.

지난 20일 기아 노사는 임단협 12차 교섭을 진행하고 추석전 임단협 타결을 위한 입장조율에 들어갔다. 회사측은 19일 11차 교섭당시 3차 수정 제시안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이미 지난 1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노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지만 아직 이에 대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다만 과거 현대차와 동일한 조건에 타결해왔던 전례를 감안하면 미타결 3사 중 가장 빠르게 마무리 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아 사측은 교섭 재개와 함께 현대차 타결 내용과 비슷한 수준의 △기본급 7만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포함) △경영 성과금 200%+350만원 △품질향상 특별격려금 230만원 △재래상품권 10만원 △주간연속 2교대 20만포인트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제시안을 전달했다. 

기아 노조는 휴가 전 소식지를 통해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연간 임금성 총합이 1인당 평균 1806만원이라고 전하며 조합원들에게 여름휴가 이후 교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대 쟁점은 노조 별도요구안에 포함된 '신규인원 충원'이 될 전망이다. 기아 노조는 퇴직에 따른 인원 자연감소분을 충원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올해 임협 마무리는 없다며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전기차 전환에 따른 생산직 수요 감소를 이유로 신규인원 충원에 난색을 표해왔다.

1차 잠정합의안까지 마련했다가 지난달 2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며 교섭이 원점으로 돌아갔던 한국지엠은 2차 잠정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사측이 직원 1인당 30만원 상당의 자사 브랜드 차량 정비쿠폰을 지급하고 20만원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월 기본급 3만원 인상과 일시금 450만원 지급 등은 유지됐다.

일시금 450만원 중 400만원을 임금협상 타결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50만원은 올해 말 주기로 하는 안도 포함됐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찬반 투표를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미 지난달 조합원 찬반투표와 중노위 쟁의 조정 중지 결정 등으로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지난 1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반대가 51.2%(3441표)로 찬성(48.4%, 3258표)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사측이 노조 집행부의 면을 세워줄 만한 추가 제시안이 인정이되면 곧 임단협 타결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티븐 키퍼 GM수석부사장 등 최고경영진은 이달 한국지엠 방문 일정을 잡 았다가 최근 취소했다. 지난달 26~27일 한국지엠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노조 찬반 투표에서 절반이 넘는 51.15%(3441명)가 반대표를 던져 합의안이 부결된 데 따른 결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본사 최고경영진의 방문에 한국지엠의 유리한 투자계획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지만 계획이 무산된 처지에 놓였다. 이에 노조에서 보일 행보의 변화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르노삼성은 사측이 휴가 직전인 지난달 26일 올해 임협까지 포함한 2년치 통합 제시안을 내놓은 상태다.

노사는 사측 제시안을 놓고 28일 밤늦게까지 사흘 연속 집중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사측은 2020·2021년 임단협을 통합 교섭하고 2년치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이에 따른 보상금 20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1인당 평균 200만원 등 총 800만원의 일시금을 지급할 것을 제시했다.

노조는 지난해와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면 2018년부터 4년 연속 동결하는 것이라며 반대급부로 일시금을 더 높여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측이 부산공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내년 2월까지 부품 수급 등에 따른 가동 중단시 개인 연차 5일을 소진할 것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현재 르노삼성의 대표노조는 지난 6월 제3‧4노조의 재교섭 요구에 따른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로 인해 지난해 임단협 당시 확보했던 쟁의권을 상실한 상태지만, 이번 주 속개되는 교섭이 지지부진할 경우 다시 쟁의권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휴가 전 마지막 교섭이었던 지난달 28일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음에도 '결렬' 대신 '정회'를 선언하고 지난 20일 속개가 진행된 만큼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직 추석까지 약 한달 가량의 기간이 남아 있고 현재 한국지엠을 비롯해 기아와 르노삼성 역시 노사간의 이견차이를 좁혀가고 있는 만큼 비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이들 모두 현재 파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단계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다면 본격적인 파업피해가 현실화 될 우려가 남아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흐름을 읽고 무엇이 더 중요한 지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승적인 결단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쌍용차의 경우 고임금 저효율의 구조적인 문제로 두 번째 법정관리에 처해있는 만큼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일거리마련을 통한 일자리 보존을 위해 노사간의 화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리스크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의 악화는 결국 브랜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여름휴가 전 교섭이 실패했지만, 추석 전까지 최대한 합의안을 도출해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노사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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